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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나눔기업이다] <3> 노숙자 재활 돕는 '두바퀴 희망 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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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나눔기업이다] <3> 노숙자 재활 돕는 '두바퀴 희망 자전거'

입력
2011.03.20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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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자전거 수리하고 망가진 인생도 고치고…

서울 용산 전자상가 근처에 콘테이너로 만든 이색 공장이 하나 있다. 바로 사회적 기업 '두바퀴 희망 자전거'가 운영하는 공장이다. 이 곳에는 하루 종일 폐자전거를 두드리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남들에게는 시끄러운 소리일 수 있지만 이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삶의 희망을 되찾아 주는 소리다.

두바퀴 희망 자전거는 특이한 회사다. 이 곳에서 일 하는 사람과 하는 일 모두 독특하다. 이 업체는 사람들이 망가져서 버린 자전거를 수거해 말끔하게 수리한 뒤 중고 자전거로 판매한다. 이 일을 하는 8명의 직원들은 한 때 오갈 데 없어 거리를 떠돌던 노숙자들이다.

이 업체가 처음 설립된 것은 지난해 2월. 대한성공회유지재단에서 기획을 하고 SK의 도움과 용산구로부터 부지를 지원받아 사회적 기업으로 출발했다. 이 곳에서 함께 일하는 이정규 사회복지사는 "노숙인 특별자활 사업의 일환으로 2006년부터 폐자전거 재활용 사업을 하다가 지난해 사회적 기업으로 특화시켰다"고 말했다.

폐자전거의 재활용 작업은 모두 노숙자들이었던 직원들이 담당한다. 이를 위해 이들은 노숙자 재활센터 등에서 자전거 수리 방법 등을 배웠다. 이 복지사는 "수리를 맡은 직원들은 자전거 전문점과 비교해 전혀 뒤지지 않는 실력을 갖췄다"며 "제동장치 등 안전과 직결되는 부품을 완전 새 것으로 교체하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자부했다.

이렇게 수리한 자전거는 용산 공장이나 SK 행사 등을 통해 판매한다. 이달 중 홈페이지가 개설되면 인터넷을 통해서도 판매할 예정이다. 가격은 상태에 따라 5만~10만원이다. 이 복지사는 "10만원 정도면 새 자전거나 다름없다"고 귀띔했다. 뿐만 아니라 판매한 자전거에 이상이 발생하면 다시 고쳐주는 등 사후 관리(AS)도 해준다.

때로는 트럭을 빌려 이동수리를 나가기도 한다. 그럴 때면 자전거 수리점이나 판매점이 없어서 아쉬움을 느끼던 동네 주민들의 커다란 호응을 얻는다. 덤으로 뜻하지 않게 재활용 자전거가 팔리는 수확을 얻기도 한다.

판매량은 일정하지 않다. 비교적 자전거를 많이 타는 여름철에 많이 팔리고, 날씨가 추운 겨울철에는 판매량이 뚝 떨어진다. 이 복지사는 "하루에 10대를 판매한 적도 있다"며 "많이 팔리면 한 달에 100대를 훌쩍 넘을 때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보니 수익이 일정치 않다는 문제가 있다. 사회적 기업은 목적이 어찌됐든 기업 형태를 갖추다 보니 이익을 내야 한다. 2년차 기업인 두바퀴 희망 자전거는 이제 겨우 본전을 맞추는 수준이다. 이 복지사는 "직원들 월급주고 회사 유지가 가능한 상황"이라며 "다행히 서울형 사회적기업이어서 인건비의 60%를 서울시에서 지원받고 SK의 후원을 받는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수확은 노숙자들의 자활 의지다. 한 때 삶의 희망을 놓았던 노숙자들이 월 95만원을 받아 세금 떼고 90만원 남짓한 돈으로 방세를 내고 저축도 한다. 또 매일 출ㆍ퇴근부에 기록하며 사회인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익힌다. 그들 스스로 의지를 갖고 살아가는 것이다.

여기에는 SK그룹의 행복나눔재단의 지원이 결정적이었다. SK는 두바퀴 희망 자전거에서 만드는 재활용 자전거에 바이사이클이라는 상표도 지어주고, 경영 자문도 해줬다. 올해 어린이날에는 SK에서 두바퀴 희망 자전거의 재활용 자전거 400대를 대당 5만원에 구입해서 서울시 취약계층에게 무상으로 기증할 예정이다.

SK에서는 최태원 회장의 관심이 남다르다. 최 회장은 지난해 11월에 두바퀴 희망 자전거 공장을 직접 방문해 함께 자전거 수리를 하기도 했다. 자전거 수리를 처음 해본 최 회장은 힘겨워 하면서도 그룹 직원들에게 "단순 금전 기부는 1회로 끝날 뿐"이라며 "사회 공헌 활동도 지속성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사회적 기업 지원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에 따라 행복나눔재단은 올해 초에 앞으로 3년 동안 사회적 기업 30개를 더 만들어서 4,000개의 일자리를 새로 마련하는 내용의 중장기 전략을 수립했다. 이를 위해 올해 말까지 500억원의 관련 기금을 조성할 계획이다. 행복나눔재단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300억원의 기금을 확보했다"며 "사회에 기여도가 큰 사회적 기업 발굴에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 노숙자 재활 돕는 기업들

"노숙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삶에 대한 의지다."

노숙자들의 재활을 지원하는 기업들이 가장 중점을 두는 사항은 삶의 의지를 불어넣는 것이다. 노숙자들은 실의에 빠져 자포자기한 사람들인 만큼 스스로 존재감을 찾고 살려는 의지를 북돋우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이를 위해 삼성코닝정밀소재는 노숙자들을 대상으로 성프란시스대학 인문학 강좌를 운영하고 있다. 이 업체가 운영하는 인문학 강좌는 미국의 빈민교육활동가인 얼 쇼리스의 클레멘트 코스를 벤치마킹했다. 얼 쇼리스는 1995년부터 뉴욕 맨해튼에서 노숙자, 약물 중독자를 대상으로 소크라테스의 문답식 교수법을 활용해 자기 성찰을 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그의 교수법은 인문학 열풍을 일으켰고 서울시에서도 이 과정을 흉내내 2008년부터 인문학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코닝정밀소재도 대한성공회 노숙자다시서기지원센터와 함께 2005년 국내 최초로 노숙자 인문학 과정을 개설했다. 지금까지 강의를 들은 인원은 6년 동안 88명에 이른다. 강의는 철학과 예술사, 글쓰기, 한국사, 문학 등 5개 과목으로 1년 간 진행된다. 안성찬 서울대 교수 등 국내 저명 교수 5명이 돌아가며 강의를 맡는다. 때로는 음악회와 미술전시회, 유적지 탐사 등 문화체험도 병행한다. 노숙자다시서기센터 소장인 여재훈 신부는 "노숙인들에게는 숙소와 식사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존감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에는 6기 졸업식이 열렸는데, 참석한 14명의 노숙자들이 눈물을 흘려 가슴 뭉클한 자리가 됐다. 졸업식에 참석한 이헌식 삼성코닝정밀소재 사장은 "기업의 사회 공헌 활동이 이제까지 자선활동 중심으로 이뤄졌는데 앞으로는 소외 계층이 자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며 "지난 6년 동안 후원해 온 인문학 과정의 발전을 위해 앞으로도 계속 노력하겠다"고 축하의 말을 전했다.

삼성코닝정밀소재에서 진행하는 성프란시스대학 인문학 과정은 이달 말까지 7기성을 선발한다. 이 업체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노숙자들의 실질적 자활을 돕는 거리의 인문학 나눔을 실천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LG복지재단은 의료 보험을 받을 수 없는 노숙자들을 위해 2005년부터 전국 무료 진료시설에 의약품과 의료기기 등을 지원하고 있다. 재단에서 지원하는 비용은 약 1억 원에 이른다.

LG유플러스도 임직원 자원봉사단인 '블루드림보드'를 통해 노숙자들을 위한 봉사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봉사 단체인 행동하는 양심이 주최한 노숙자 무료배식 봉사에 참여해 배식 및 잔반처리, 노숙자들과 대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현대상선도 임직원들이 2009년부터 정기적으로 노숙자들을 위한 밥퍼라는 이름의 무료 급식 봉사에 나서고 있다. 봉사에 참가하는 직원들은 배식 뿐 아니라 식자재 다듬기, 냉장고 정리하기 등 제반 준비부터 설거지, 청소 등 온갖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2009년에 지원자를 모아서 시작한 밥퍼 활동은 지난해 전사적으로 참여 대상이 확대되면서 정례화했고, 올해 총 17회에 걸쳐 참여가 이뤄질 예정이다. 서울 뿐 아니라 부산에서도 매주 금요일에 밥퍼 활동을 진행하기로 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채희선기자 hsch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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