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신력이 생명인 회계법인이 피감업체의 회유와 협박으로 '거절'이던 감사의견을 '적정'으로 바꿨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에 따라 잘못된 감사의견을 믿고 관련 회사에 투자했던 투자자의 소송 등 파장이 예상된다.
코스닥 상장업체인 제일창투는 22일 오후 당초 '적정'이던 회계법인 감사의견을 '거절'로 변경한다고 공시했다. 이로써 제일창투는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다. 회계감사를 맡았던 대현회계법인은 한국거래소에 "담당 회계사가 제일창투의 회유와 협박으로 보고서를 임의로 고쳤다고 진술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17일 제일창투가 '의견거절' 판정을 받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부터. 이날 제일창투 주가는 7% 급락했으나, 18일 오전 제일창투가 '의견적정' 감사보고서를 공시한 뒤에는 3%나 올랐다. 하지만 그날 대현회계법인이 '의견 거절'로 정정한다는 입장을 거래소에 밝히고, 거래소가 제일창투에 조회공시를 요구하면서 '적정'의견은 협박과 회유에 따른 것이라는 게 확인됐다.
업계 관계자는 "재감사를 통해 감사의견이 변경된 경우는 있어도 이번처럼 단일 감사에서 의견이 바뀐 전례가 없고, 강압 때문에 회계법인이 허위 의견을 낸 것도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의견 수정 과정에서 피해를 본 투자자들이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거래소 관계자도 "피감업체의 강압 때문에 회계사가 감사의견을 고쳤는지 여부를 조사할 계획"이라면서도 "당초 심리 결과와 다르게 감사의견을 고친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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