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이 연결된다고 해서 상황이 종료되는 것은 아니다. 대규모 쓰나미로 각종 고압펌프가 손상됐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노심의 열을 직접 떨어뜨리는 비상노심냉각계통(ECCS)의 작동 여부가 중요한 관건이다. ECCS가 정상이라면 정제수에 붕산을 탄 냉각수를 노심에 주입하는 것으로 연쇄반응을 멈출 수 있다.
하지만 도쿄전력은 당장 ECCS를 작동시킬 방침은 세우지 않고 있다. 연료봉이 가열되고 있는 상황에서 전원을 복구시킬 경우 압력용기의 압력이 다시 높아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대신 당분간 제어봉구동펌프를 활용, 핵반응을 억제시킨다는 방침이다. 제어봉구동은 이미 구동중인 제어봉으로 바닷물을 투입시켜 노심을 냉각시키는 방법으로, 당장 제어봉의 수위가 올라가기는 하지만 압력용기속으로 물을 투입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여기에 중성자를 흡수하는 붕산을 넣어 뿌릴 경우 핵반응을 억제시키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도쿄전력측의 설명이다.
발열이 계속되고 있는 연료봉을 열교환기와 연결시킨 뒤 해수를 공급, 냉각시키는 방법도 동원한다. 이 작업을 계속하면 연료봉내 냉각수의 온도가 섭씨 100도 이하인 냉온정지 상태를 지속시킬 수 있다.
ECCS가 완전 복구되더라도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원자로의 냉각계통은 냉각수를 순환시켜 노심의 열을 내리고(ESSC), 온도가 상승한 냉각수를 다시 바닷물로 식히는 필수냉각계통(ESW)의 구조로 돼있다. 후자에 해당하는 ESW 펌프가 이번 쓰나미로 인해 손상을 입었을 가능성이 높아 최대 일주일 정도의 수리시간이 필요하다.
도쿄전력 관계자는 “우선 ECCS를 가동하는 것으로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라며 “그 동안 ECW펌프를 비롯, 수소폭발로 부서진 장비와 배관을 수리하는 것이 최대의 과제”라고 전했다.
도쿄=한창만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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