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사퇴를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정책 제안에 지식경제부가 사사건건 반대해 일을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직접적 계기는 지난달 ‘이익공유제’구상을 밝힌 후 최중경 지경부 장관과 빚어 온 갈등이다.
처음부터 “현실에 맞지 않는다”고 반대한 최 장관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발언으로 논란이 본격화하자“현실에 맞지 않는 얘기는 더 이상 안 했으면 좋겠다”고 못을 박았다. 이어 지난 주말에는“동반성장은 무리하게 추진해서는 안 된다”고 말해“둘 중 하나는 물러날 수밖에 없다”는 정 위원장의 반발을 불렀다.
지경부와 동반성장위가 서로 이해, 협조하는 자세를 보여주지 못한 게 우선 안타깝다. 최 장관의 ‘과잉’과 정 위원장의 ‘치기’도 눈에 띈다. 그러나 무엇보다 정부 안의 정책 논란이 볼썽사나운 감정 다툼 양상으로 번질 때까지 수수방관한 청와대의 소극적이고 애매한 자세가 가장 두드러진다.
이익공유제의 현실 적합성 여부는 그 구체적 내용에 따라 가릴 일이지만, 어떤 경우든 청와대의 정책 판단이 중요하다. 가령 그것이 단순히 기업의 사회적 책임 차원의‘권고 사항’이라도, 청와대의 공감은 분위기 조성의 성패를 좌우한다. 나아가 대강의 틀이라도 입법으로 뒷받침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 정부여당을 자극하기 위해서라도 청와대의 적극적 정책의지 표명이 긴요하다.
지금까지 이 문제를 두고 청와대가 보인 움직임은 이건희 회장 발언에 불쾌감을 표시한 게 전부다. 그 또한 “낙제점을 면한 정부”라는 대목에 대한 것이었을 뿐 이익공유제 논란과는 무관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정치ㆍ사회적 소통과 함께 줄곧 강조한 서민경제 살리기와 동반성장이 그저 구호에 불과하다면 모를까, 조금의 정책 의지라도 있다면 이해할 수 없는 태도다.
어느 쪽인지 갈피를 잡을 수 없더라도 최소한 두 사람의 공개 갈등은 막았어야 한다. 정부 전반의 정책ㆍ인사 혼선이 부각되기 전에 당장 교통정리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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