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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던 예멘 '33년 독재' 군부 이탈에 끝내 무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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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던 예멘 '33년 독재' 군부 이탈에 끝내 무릎

입력
2011.03.20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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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년째 권좌를 지켜온 알리 압둘라 살레 예멘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연내 퇴진하는 것을 골자로 한 평화적 정권 이양에 합의했다. 자신의 최측근이었으나 이날 반정부 시위대 편에 선 알리 모흐센 알 아흐마르 소장과의 협상자리에서다. 반정부 시위를 유혈진압하고,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던 살레 대통령은 결국 자신의 존재 기반이던 부족과 군부가 이탈하고서야 백기를 들었다. 그러나 야권은 이에 반발, 살레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주장하는 등 파장은 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AP통신은 22일 살레 대통령이 연말까지 퇴진할 것이라고 아흐메드 알 수피 대통령 대변인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수피 대변인은 살레 대통령이 연말까지 기꺼이 퇴진하겠다는 의사를 전날 정부 관리들과 군 간부, 부족 지도자들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21일 미국 CNN도 반정부 시위대가 요구한 5가지 제안을 받아들였으며 야권 및 반정부 세력, 군부의 화답만 남은 상태라고 전했다. 5가지 제안은 살레 대통령의 연내 대통령직 사임, 시위 보장, 유혈 진압에 대한 진상조사, 시위 희생자들에 대한 국가보상, 살레 대통령 가족의 동반 퇴진 등이다.

하지만 예멘 야권은 22일 살레 대통령의 "2012년 1월 전에는 물러나겠다"는 제안을 거부한다고 밝혔다고 AFP통신이 알아라비아 방송을 인용해 보도했다. 예멘 야권은 특히 "국민들의 요구는 '즉각 퇴진'이고, 우리는 국민들의 요구를 바꿀 권리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살레 대통령 퇴진 일정과 새 정부 출범을 위한 헌법개정 및 선거법 개정 등의 조치를 놓고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연일 계속되는 반정부 시위에도 2013년 임기를 고수하겠다고 버텼던 살레 대통령이 연내 퇴진으로 급선회한 데에는 18일 유혈 진압이 분수령이 됐다. 이날 예멘 정부의 무차별적인 시위 진압으로 시위대 52명이 사망하고, 수백명이 부상했다. 이후 장관 및 외국 주재 대사, 부족 고위층 등 주요 측근들이 줄줄이 이탈, 반정부 시위대 편에 가세하며 그의 입지는 크게 좁아졌다.

그러나 일각에선 살레 대통령이 연말까지 권좌를 유지할 수 있게 되면서 자신의 지지 세력을 재정비한 뒤 외부 원조 등을 통해 권력 연장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21일 예멘 정규군과 살레 대통령 측 경비대원 간 충돌로 2명이 사망한 것과 관련, 살레 대통령은 "쿠데타를 통해 권력을 쟁취하려는 시도는 내전을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함께 예멘 고위 관계자는 "살레 대통령이 협상 전 외무장관을 통해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에 내용이 불분명한 친서를 보냈다"고 밝혔다. 야권이 즉각 퇴진을 압박하고 있는 배경이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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