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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도호쿠 대지진] 남상욱 기자 한국 구조대와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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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도호쿠 대지진] 남상욱 기자 한국 구조대와 동행

입력
2011.03.18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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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폐 안 끼치겠다" 자존심 탓?구조·수습활동 뒷감당 아쉬움도

"이렇게 멀쩡한데 뭘 하라는 거야. 쓰나미 피해 흔적도 없는데."

일본 지진해일 피해 현장에 급파된 한국구조대가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도호쿠(東北) 대지진 피해 지역 재난구조를 위해 파견됐지만, 한국구조대는 재난구조는 고사하고 시신 수습 활동마저도 뒷전으로 밀린 처지에 놓여 있다.

구조대는 18일 오전 54명의 대원을 투입해 미야기(宮城)현 센다이(仙台)에서 동쪽으로 20㎞가량 떨어진 시오가마(鹽釜) 항구(어시장)에서 재난구조 활동을 펼쳤다. 현지 경찰은 "일본 경찰이 아직 수색을 하지 못한 곳"이라며 구조대를 안내했다. 현장에 도착한 구조대는 곧바로 3개 팀으로 나눠 작전에 들어갔다.

그런데 구조 활동은 어이없게도 30분도 안 돼 끝났다. 수색 작업 중 만난 한 일본인은 "무슨 일로 온 사람이냐"고 묻고는 "이곳은 피해를 거의 입지 않은 지역인데…"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작업을 마친 한 구조대원은 "우리 보고 쓰레기나 치우라는 건지, 이해를 못하겠다"고 했다. 바닷물이 밀고 들어온 약간의 흔적을 빼곤 실제 거리는 깨끗했다.

이날로 일본 활동 나흘째인 구조대는 연일 악재를 만났다. 갑작스럽게 쏟아진 눈발로 작업 환경은 최악이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방사능 오염 수위에까지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다. 붕괴된 도로망 때문에 유류와 생필품 공급도 지연돼 어려움은 배가됐다.

그러나 이날의 상황은 달랐다. 날은 화창하게 개었고, 방사능 수치는 생활안전 수준인 시간당 0.2~0.4마이크로시버트(μ㏜)를 유지했다. 전날 한국에서 방호복과 생수, 유류 등 생필품이 긴급 공수됐다. 사기는 충천한 상태였다.

구조대 관계자는 "일본 정부의 사정이 있겠지만 구조활동의 제약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일본 경찰 주도로 수색 지역이 정해지는데, 사실상 제대로 된 활동이 어려운 곳으로 가고 있다는 불만이었다.

구조대는 대부분 일본 자위대가 수색 작업을 마친 곳에 다시 투입돼 뒷수습을 하거나, 시오가마 항구처럼 주요 피해 지역이 아닌 곳으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몰자 탐지기와 내시경 카메라 등 첨단 장비를 준비했지만 사용할 일이 거의 없다. 한 구조대원은 "구조대가 파견되면 극적인 생존자도 구해야 보람도 있는데 현재로서는 사실상 어렵다"고 했다.

현장에는 일본 현지 경찰과 외무성 직원이 투입돼 엄격하게 구조대의 활동을 관리하고 있다. 현장에 도착해서야 작업을 해야 할 장소를 알게 될 정도다. 경찰, 외무성과 사전에 협의된 이 외의 활동이나 장비 사용은 할 수 없다.

구조대는 전날 미야기현 타가조(多賀城)시 공장 밀집지대에서 다수의 시신을 수습하는 등 소기의 성과를 거뒀지만, 일본 정부는 그 숫자를 공개하지 말 것을 강력히 요청하기까지 했다. 구조대 관계자는 "쓰촨(四川)성 대지진 당시 공안이 관리하던 중국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며 "모든 걸 엄격하게 관리하는 일본 관료제의 특성이자, 자신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자존심 때문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구조대는 미야기현 일대의 인명 구조 작업이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는 판단 하에 총 105명의 대원 중 30명을 제외한 인원은 남서쪽으로 200여㎞ 떨어진 방사능 안전지대인 니가타(新潟)현으로 이동시켰다.

시오가마ㆍ센다이(미야기현)=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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