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이 후보들이 난립하며 ‘교통정리’가 늦어지는 사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일찌감치 선거캠프를 차리고 재선무대를 위한 준비를 착착 진행하고 있다. 지지도가 급락한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후보 지명을 위한 당내 경선을 거쳐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지만, 지금은 오히려 공화당 잠재후보들과의 1대1 가상대결에서 모두 승리하는 강력한 후보로 부상해 있다. 당내 제1의 도전자로 거론됐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민주당은 오바마 재선 선거체제로 전환됐다. 여기에 오바마 대통령이 새 의회 출범과 함께 야당과의 ‘상생정치’를 표방한 이후 40%대에 머물던 지지도가 50%대 가까이로 높아지면서 민주당은 한껏 고무돼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 초반전략은 ‘선거캠프 조기가동에 이은 접전지역 선점’으로 요약할 수 있다. 공화당 잠재 후보들이 서로 눈치를 보며 출마선언을 미루는 것을 이용하자는 것이다. 공화당에서는 출마선언 지연이 경선 장기화로 이어지고, 이런 소모적인 당내 경쟁이 오바마에게 반사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치적 고향인 시카고에 재선캠프를 차리기로 한 오바마 대통령은 다음달 캠프를 공식 가동할 계획이다. 캠프를 이끌 참모들의 진용도 속속 갖춰졌다. 최근 캠프에 참여하기 위해 백악관 부비서실장직을 사임한 짐 메시나가 재선팀을 이끌고, 4년 전 오바마 당선의 일등공신이었던 데이비드 액설로드도 백악관 선임고문직을 끝내고 시카고로 복귀했다. 1월 백악관 대변인에서 물러난 로버트 기브스도 조만간 시카고로 합류한다.
오바마 대통령이 새 의회 출범과 함께 실용적, 친기업적 정책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급격히 중도로 변신하는 것은 재선 전략과 밀접히 닿아있다. 월가 출신인 윌리엄 데일리 JP 모건 체이스 지역담당 회장을 비서실장으로 영입하고, 제프리 이멜트 제너럴 일렉트릭(GE) 회장을 백악관 경제회복자문위원장으로 임명, 유권자들의 최대 관심사인 ‘경제살리기’에 전념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최근 주중대사로 자리를 옮긴 게리 로크 상무장관 후임에도 재계 최고경영자(CEO)가 거론된다. 중간선거 참패 뒤의 의회 레임덕 세션에서 공화당의 주장을 받아들여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감세정책을 연장키로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1월 정부규제 전면 재검토를 밝히는 행정명령을 백악관이 “언론도 아니다”라고 맹비난했던 보수성향의 월스트리트저널을 통해 공개한 것은 상징적이다.
워싱턴=황유석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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