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가서 무엇이라도 하고 싶지만 지금은 한국에 있으니까 모금이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서울대 언어교육원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재일교포 유학생 야마다 히로노리(26ㆍ사진 왼쪽)씨는 18일 "대지진 피해자 수가 점점 늘어나는 것을 뉴스에서 볼 때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나 싶어 답답하기만 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지진이 난 지 사흘째인 13일부터 일본인 친구 구리카와 소(23)씨와 함께 모금을 시작했다. 수업시간을 피해 오전 7시30분부터 8시40분까지는 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에서, 오후 5시부터 8시까지는 명동에서 모금활동을 하고 있다.
첫날에는 무턱대고 모금함만 들고 도와달라고 외쳤는데 한 NGO 회원이 플래카드를 이용하라고 조언해 이틀째부터 신문 스크랩을 붙인 플래카드도 들고 나섰다. 첫날 20만원이었던 모금액은 점점 불어나 16일에는 하루에 180만원이 모금되는 등 17일까지 약 400만원이 모였다. 모금 상황은 날마다 트위터 계정(twitter.com/lefty_1986)에 공개하고 있다.
야마다씨는 "계속 같은 장소에서 같은 시간에 활동을 하다 보니 전날 모금을 못 했다며 다음날 해주시는 분도 있었다"고 말했다. 한 할머니는 모금활동을 보고 다가와 "나는 일본강점기에 교토에서 태어나 일본인에게 많이 당했다. 하지만 지금은 지진 피해자를 더 도와줘야 할 때"라며 두르고 있던 목도리를 건네기도 했다. 명동에서는 졸업여행을 온 일본인 관광객들이 함께 모금활동에 동참했다.
야마다씨는 "김밥이나 따뜻한 음료를 건네는 등 격려해주는 분들이 많다"며 "특히 일본강점기의 아픈 경험을 겪고도 도와주는 분들을 보면 눈시울이 붉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모금활동이 끝나면 모인 돈을 일본대사관에 전달할 계획이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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