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 자리에 따뜻한 마음으로 참석해주신 여러분께 감사합니다. 우리의 노래가 여러분들의 가슴을 울리고 저 먼 바다 건너 일본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면 좋겠습니다."
가수 김창완(57)씨와 후배 뮤지션들이 일본 도후쿠(東北) 대지진으로 슬픔과 불안에 젖은 일본을 돕기 위해 18일 오후 7시 서울 홍익대 앞 브이홀에서 자선콘서트를 펼쳤다. 김씨는 공연을 시작하기 전 관중들 앞에 나와 "이 자리가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며 "공연의 주제곡인 'why on earth'가 나오면 다 함께 불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씨는 대지진 소식을 접하고 김창완밴드에서 14년 동안 함께 해온 일본인 기타리스트 하세가와 요헤이씨에게 제일 먼저 전화를 걸고 가족의 안부를 물었다고 한다. 그는 "요헤이의 어머니는 물론 낙담하고 있을 지진 피해자들을 위로하고 싶었다"며 "자선 콘서트에 후배 뮤지션들이 힘든 상황에서도 선뜻 동참하고 나서는 걸 보고 고마웠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에는 김창완 밴드를 비롯해 뷰렛, 장기하와 얼굴들, 킹스턴 루디스카, 크리잉넛 등 17개 밴드가 참여했다. 공연에 참석하기 위해 남편과 대구에서 왔다는 김영인(45)씨는 "김창완씨 팬인데, 그가 자선 공연을 기획했다는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왔다"며 "일본이 정말 힘든 상황이지만 그들의 침착함을 볼 때 금방 일어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위로의 말을 전했다. 디제이 프랙탈의 신나는 디제잉으로 시작한 공연은 밴드 스윙체어와 밀크티, 디아블로, 엘로우 몬스터즈 등이 잇따라 무대에 오르며 브이홀 소극장을 뜨겁게 달궜다.
관객 300여명 중 절반은 무대 앞 스탠딩 석으로 몰려나가 밴드들의 힘찬 공연에 맞춰 몸을 흔들었다. 특히 이날 공연에는 시각장애를 극복하고 작은 하모니카 하나로 국내에 재즈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전제덕도 무대에 올라 공연의 열기를 더했다.
콘서트 현장에는 일본인들도 눈에 띄었다. 3년 전 한국에 왔다는 오노 아키코(49)씨는 "지진이 났을 때 센다이에 있는 친구한테 전화를 했는데 지금껏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걱정했다. 그는 "고향이 오사카인데 그곳은 지진 피해 지역에서 벗어나 정말 다행이다"며 "이런 공연을 열어 도움을 주려는 한국인들에게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은 자정까지 계속됐다. 공연의 대미는 김창완밴드가 장식했다. '제발제발' '기타로 오토바이를 타자' 등을 부르며 공연을 시작한 김창완밴드는 마지막 곡으로 김씨가 지진 피해자들을 위로하기 위해 지은 시에 곡을 붙인 'why on earth'를 불렀다.
"땅은 말이 없이 저기 누워있고/ 바다도 말이 없이 저기 철썩인다/ 원통한 소리 들어주는 귀 없고/ 흐르는 눈물 닦아주는 손 없다/ 친구야 내가 너를 안아줄게/ 울어라 내가 너를 안아줄게."김씨가 느린 비트 속에 짙은 목소리로 노래를 읊조리자 관객들 모두가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모두 한 마음이 돼 일본 지진 피해자들의 슬픔을 보듬고 있었다. 이날 모인 공연 수익금은 전액 지진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쓰인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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