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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강의를 찾아서] 박경철·안철수 '미래…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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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강의를 찾아서] 박경철·안철수 '미래… 리더십'

입력
2011.03.18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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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춘, 한쪽으로 무작정 따라 뛰지 말고 '나'를 고민하라

청춘은 젊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발랄하고 씩씩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와 다르다. 어깨 쳐지고 기 꺾인 청춘이 너무 많다. 좁은 기회, 치열한 경쟁 속에서 신음하는 그들을 위해 컴퓨터 의사 안철수, 시골의사 박경철 두 사람이 멘토로 나섰다.

이들은 2009년부터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순회 강연을 하고 있는데 16일에는 강원대에서 '미래에 대한 도전과 바람직한 리더십'을 주제로 했다. 대학생 등 1,500여 참석자들은 두 사람이 무대에 오를 때 환호를 보냈으며 일부 여학생은 "오빠"라고 외치기도 했다. 학생들은 강연 내용을 수첩에 꼼꼼하게 적는 등 시종 진지한 분위기였다.

한국 교육

한국 사회의 여러 문제 가운데 유독 심각한 것이 교육이다. 젊은이들을 구석으로 모는 것도 바로 교육이다. 박경철 원장은 "한국의 교육은 엘리트 교육"이라며 "문이 매우 좁기 때문에 그것을 통과하기 위해 학생들이 스펙 쌓기에 열중한다"고 지적했다.

안철수 교수는 한국 교육의 특징으로 ▦속도 위주 ▦결과 위주 ▦문제풀이 위주의 세 가지를 들었다. 속도 위주란 선행교육, 영재교육 등을 통해 남보다 먼저 공부를 시작하고 먼저 마치려는 경향을 말한다. 하지만 안 교수가 보기에 속도 위주 교육을 한 사람은 사회적 성과를 내기 어렵다. 한 사람이 사회적 성과를 내려면 자신의 재능과 노력 못지 않게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데 속도 위주 교육에서는 다른 사람과 관계 맺기가 쉽지 않아 그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결과 위주의 교육에서는 과정이 중요하지 않다. 그래서 열심히 일하기 보다는 어떻게 해서든 돈만 벌면 된다는 생각에 젖게 되며, 실제로 그가 재직 중인 카이스트에도 '머니 게임'에 빠지는 졸업생이 있다고 안 교수는 말했다. 문제풀이 교육은 창의적 질문을 품지 못하게 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독특한 방법으로 고민하면 궁금한 게 많아지고 그것이 질문으로 이어지는데 문제풀이 교육에서는 그런 것이 중요하지 않다.

박 원장은 이런 교육이 모든 사회 구성원이 한 방향으로 뛰게 하고 뒤를 돌아볼 여유를 빼앗았으며 그 결과 누가 넘어지거나 짓밟혀도 도움의 손을 내밀지 않게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스티브 잡스, 워런 버핏

박 원장은 젊은이의 우상 스티브 잡스에 대한 생각을 안 교수에게 물었다. 안 교수는 자신이 만든 애플사에서 쫓겨났던 잡스가 결국 성공한 것은, 한국과 달리 미국에는 재기의 기회가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기술보다 디자인을 중시하는데, 선풍을 일으킨 아이폰의 두께를 얇게 만든 것도 그의 생각이 반영된 것이다.

워런 버핏은 ▦머리 회전이 빠르고 ▦수리적, 기술적 능력과 이해도가 뛰어나며 ▦사람을 잘 믿지 않는 성공한 투자자의 일반적 특징과는 정반대의 스타일이다. 그래서 그는 자기 성격에 맞춰 머리 회전이 늦어도 할 수 있는 장기 투자를 선호했고,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코카콜라나 질레트 같은 회사에 투자했으며, 100%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뽑아 전권을 주었다고 안 교수는 설명했다. 안 교수는 두 사람의 예를 통해 "사람이 자신의 성격, 특징을 살릴 수 있는 방식을 발견하면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래에 대한 준비

박 원장은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흔히 때를 잘 못 만났다, 운이 나쁘다고 말하지만 성공한 사람은 끊임없이 준비하고 있다가 어떤 시기에 자신이 준비한 것을 모두 발휘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청중을 향해서는 "여러분 모두는 잘 할 수 있는 것이 하나씩은 있으며 그것을 잘 다듬어 남과 다른 차이를 드러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원장은 "남과 다르기 위해서는 내적 혁명가가 돼야 한다"며 "그렇게 되려면 익숙하지 않은 것, 경험하지 않은 것에 호기심을 품고 과감하게 뛰어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사람은 자기합리화에 능숙하고 자기가 옳다는 증거를 찾는데 주력하는 존재인 만큼,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의외로 잘 모른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자신을 알려는 노력이 필요한데 그때 필요한 것이 바로 고민의 과정이라는 것이다. 안 교수는 강상중 도쿄대 교수가 "고민은 축복이자 행복"이라고 한 것도 고민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안 교수는 "말과 생각이 아니라 고민 끝에 나온 선택과 행동에서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며 고민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박 원장은 "새벽이 오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며 "환경과 시대를 탓하지 말고 항상 준비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동기부여, 롤 모델

안 교수는 "재능 있는 사람은 비슷한 시기에 같은 지역에서 한꺼번에 나온다"는 다니엘 코일의 주장을 인용하면서 그런 현상이 일어나려면 개인적 재능, 도전하려는 진취적 노력 외에 동기 부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가령 한국의 낭자군단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를 휩쓰는 것은, 그들이 초등학생이었을 때 박세리가 우승한 모습을 다같이 보면서 함께 동기를 부여 받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들에게 박세리는 훌륭한 롤 모델이었다.

박 원장은 노력을 하더라도 생각을 하면서 노력해야 한다고 특별히 강조했다. 그는 "안동에는 간고등어를 다듬는 간잽이가 많은데 그 가운데서도 유독 이름을 날리는 사람은 고등어 배를 가르는 길이와, 뿌리는 소금의 양 및 부위별 소금 양 등을 늘 생각한다"며 "그래서 그 사람이 다듬은 고등어는 더 맛있다"고 말했다.

책 읽기의 원칙

박경철 원장은 이치를 깨닫는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독서를 언급했다. 오늘의 안철수도 독서가 없었으면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교수는 독서의 원칙을 제시했다. 먼저 책 읽는 시간만큼 생각할 것. 책의 내용을 되새기고 저자가 그런 내용을 쓴 이유와 배경 등을 차분하게 생각하면 책이 비로소 자기 것이 된다는 것이다. 요약본을 읽는 것도 피해야 한다. 책의 분량은 저자가 그 만큼의 사유를 했기 때문이며 따라서 요약본을 읽으면 사고의 흐름을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 특정 견해의 책만 읽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양 극단은 답이 될 수 없기 때문에 견해가 다른 책을 두루 읽어야 넓은 사고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원장은 "책 읽기는 공부이자 자기 연마"라고 강조한 뒤 "문자만 보지 말고 문자 뒤에 숨은 뜻을 파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 교수는 독서 외에 마지막 모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가 청중들에게 그런 조언을 한 데는 이유가 따로 있었다. 성실하고 똑똑한 제자가 있었는데 어느 날부터 지각, 결석을 하고 수업 도중 불쑥 나가는 등 불성실한 모습을 보였다. 사연을 알아 보았더니 그 친구가 외국계 회사에 취직이 돼 공부가 더 이상 절실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안 교수는 "헤어질 때 좋은 모습을 보여야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며 "끝까지 성실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 박 원장·안 교수 문답식 진행/ "어깨 처진 젊은이에 꿈을 주자"

안철수, 박경철 두 사람은 좁은 문으로 들어가기 위해 극단의 경쟁을 하는 젊은이들이 안타깝다. 기성세대로서 미안한 마음이 들면서도, 그들에게 무엇인가를 해주고 싶다. 순회 강연은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다.

2009년 10월 한국리더십센터가 이화여대에서 개최한 글로벌리더십페스티벌에 함께 한 것이 첫 강연이었다. 박경철 원장이 진행과 질문을 하고 안철수 교수가 대답하는 식이었는데 반응이 좋았다. 두 사람은 조건이 더 나쁘고 박탈감이 더 심한 지방으로 눈을 돌렸다. 이듬해 3월 조선대에서 '젊은이여, 도전하라'를 주제로 지방대학 강연을 시작해 인천대, 경성대, 제주대, 경희대 수원캠퍼스, 충주대 등으로 이어나갔다. 4월에는 영남대에서 강연할 계획이다. 16일 강원대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들의 강연은 늘 박 원장이 질문하고 안 교수가 대답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강연 주제는 도전의식, 앞날에 대한 준비, 미래의 리더십 등 젊은이들이 살아가는 삶의 방식과 새로운 삶의 가능성 등에 대한 것이다. 강연은 대학생뿐 아니라 지역 주민, 청소년 등에게도 개방되는데 그것을 듣기 위해 몇 시간 전부터 줄을 서는 등 반응이 뜨겁다.

1시간 30분 정도 진행되는 강연인지라 청중 입장에서는 그리 길지 않게 느껴질 수 있지만, 두 사람이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면 성사되기 어려운 자리다. 안 교수의 경우 1년에 3,000건 정도, 박 원장은 2,000건 정도의 강연 요청이 들어온다. 공공기관, 기업, 사회단체 등 다양한 곳에서 요청이 오는데 두 사람은 그 중 공공성이 강한 것에 우선적으로 응한다. 그렇게 해서 안 교수는 연 100건, 박 원장은 연 350건 정도 강연을 한다.

안철수

●1962년 부산 출생

●1986년 서울대 의대 졸업

●1991년 서울대 의학 박사

●1995~2005년 안철수연구소 대표

●1997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공학석사

●2008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경영학 석사

●현 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석좌교수, 안철수연구소 이사회 의장, 대통령 자문 미래기획위원회 위원,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 위원 등

●저서 <행복바이러스> <안철수의 인터넷 지름길> 등

박경철

●1964년 안동 출생

●1989년 영남대 의대 졸업

●현 안동신세계연합클리닉 원장, 일촌공동체 상임이사, 한국소아암재단 고문, 한국소아당뇨인협회 이사, 머니투데이 전문위원, KBS 2라디오 '박경철의 경제 포커스' MBN '박경철의 공감 60분' 등 진행

●저서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시골의사의 부자 경제학> <착한 인생, 당신에게 배웁니다> 등

박광희 편집위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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