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27 재보선이 다가올수록 여야 정치권의 읍소전도 가열되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최대 승부처인 강원도지사 선거를 포함해 경기 분당을, 경남 김해을 국회의원 선거 판세를 놓고 “어느 한 곳도 장담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
한나라당 고위관계자는 1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분당과 김해, 강원 중 1곳을 이기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한 당직자는 “전패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수도 있다”며 기대치를 낮췄다. 강원과 김해에 중량급 후보들이 출사표를 던진 것을 고려하면 소박한 목표다. 하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단순히 ‘앓는 소리’만은 아니다.
한나라당 입장에서 ‘천당 아래 분당’으로 불리던 분당에서도 위기감이 짙다. 여권 일각에서는 민주당 손학규대표 차출설이 현실화되면 정운찬 전 총리 전략공천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 운찬 전 총리는 이날 통화에서 “공천장을 안 냈으니 (선거에) 안 나가는 것 아니냐, 당에서 연락 온 적 없다”면서 불출마 입장을 강하게 시사했다. 안상수 대표가 21일 세 번째 강원지역을 방문할 만큼 공을 들이는 강원도지사 선거도 불투명하긴 마찬가지다. 엄기영 전 MBC사장이 여론조사에서 다소 앞서 있지만 이광재 전 강원지사 동정론 등으로 인해 밑바닥 민심은 오리무중이다. 강원 인구의 20%를 차지하는 원주지역 주민들 역시 첨단의료복합단지 탈락 이후 마음을 쉽게 열고 있지 않다.
김해을의 경우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봉하마을을 끼고 있는데다 최대 표밭인 장유면 일대 30,40대 표심의 향배를 낙관하기 어렵다. 게다가 야권 단일화가 실현될 경우 넘어야 할 파고는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세 지역 모두 판이 커져 ‘정권 심판론’으로 확전될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야권 연대를 위해 전남 순천 보궐선거에는 후보를 내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으니 나머지 3곳에서 결전을 치러야 하는데, 어느 곳 하나 승리를 낙관할 수 없다.
강원에선 현재 민주당 최문순 의원이 엄 전 사장과의 여론조사에서 10% 가량 뒤지는 것으로 나온다. 따라잡을 시간이 충분하다는 기대가 있지만 최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강원 지역에 나타나 측면 지원을 시작하면서 민주당 내 긴장도가 한층 높아졌다.
김해을 선거에선 야권 단일 후보로 맞설 경우 김 전 지사에게 밀리지 않는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지만 정작 야권 단일화가 진통을 겪고 있다.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와의 단일화에 실패해 각개 약진할 경우 승리는 멀어진다.
분당은 기본적으로 한나라당 텃밭이다. 분위기가 다소 달라졌다 해도 민주당이 후보난을 겪는 것에서 드러나듯 ‘한나라당을 누르기 힘든 곳’이라는 게 야권의 대체적 평가다. 게다가 정운찬 전 총리가 여당 후보로 나서면 설령 손학규 민주당 대표를 구원투수로 내세워도 어려운 싸움을 해야 한다.
하지만 여야 모두 선거를 앞두고 자주 엄살 작전을 펴왔다는 점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때문에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상대의 긴장을 늦추기 위해 완패 가능성을 흘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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