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원전보다 사용후 핵연료가 더 큰 문제인가. 일본 도호쿠(東北) 대지진으로 총체적인 난맥상에 빠진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에선 처음 냉각수 밖으로 노출된 연료봉으로 인한 노심용융 우려가 불거졌었다. 하지만 지금은 3,4호기의 사용후 핵연료 냉각이 더 시급하다. 압력용기와 격납용기로 차폐되어 있는 노심과 달리 사용후 핵연료는 유일한 차폐벽이었던 콘크리트외벽이 파손된 상태여서 방사성물질이 그대로 외부로 누출되기 때문이다.
원자로 안에서 핵분열반응을 거친 연료봉에는 원래 들어있던 우라늄 외에 맹독성 방사성물질이 새로 생긴다. 제논 스트론튬 세슘 플루토늄 같은 것들이다. 그래서 원전에서 꺼낸 사용후 핵연료로부터는 다량의 방사선과 고온의 열이 방출된다. 원자로 밖으로 나온 직후에는 수시간~수일의 짧은 반감기를 가진 방사성물질로부터 대량의 방사선이 쏟아져 나온다. 연료봉을 깊은 물 속에 담가 저장하는 것에는 열을 떨어뜨리고 방사선을 차폐하는 두 가지 목적이 있다.
그런데 후쿠시마 원전 저장소의 냉각장치가 고장나면서 온도가 오르고 냉각수가 증발, 공기 중에 노출된 연료봉으로부터 방사선이 직접 방출되고 고온으로 연료봉이 녹아내릴 우려까지 생긴 것이다. 더구나 이 저장소 겉을 둘러싸고 있던 콘크리트외벽은 수소폭발로 날아가고(3호기) 화재로 구멍이 뚫렸다(4호기). 17일 도쿄전력이 헬기와 소방차를 총동원해 냉각수를 붓는 작전을 감행한 것도 차폐벽이 없는 상태에서 냉각수를 채워 연료봉 냉각과 방사선 차폐의 두 가지 기능을 하도록 하려는 것이다.
후쿠시마 제1원전에는 다 태우고 난 사용후 핵연료 총 1만여 개가 보관중이다. 각 원자로마다 1호기 292개, 2호기 587개, 3호기 514개, 4호기 1,331개, 5호기 946개, 6호기 876개 등 4,546개 연료봉이 보관돼 있고, 이와는 별도로 6,375개의 연료봉이 별도로 마련된 공용 저장시설에 보관돼 있다.
18일 요미우리(讀賣)신문은 3,4호기의 사용후 핵연료 저장소 외에 공용 저장시설도 냉각장치가 고장이라고 보도했지만 이 연료봉은 원자로에서 꺼낸 지 수년이 지난 것이어서 큰 위험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 분석에 따르면 사용후 핵연료를 원자로에서 꺼낸 후 3개월이 지나면 방사선량과 열량은 약 20분의 1로 줄어든다. 또한 5~10년이 지나면 바람만 잘 통해도 냉각이 될 정도로 열이 떨어진다.
충분히 냉각된 연료봉들은 영구처분장으로 옮겨진다. 30년쯤 냉각을 거친 연료봉 안에는 반감기가 짧은 방사성 물질의 농도는 낮지만 수십~수만 년에 이르는 긴 반감기를 갖는 방사성 물질이 여전히 남아있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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