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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일차의료 활성화 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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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일차의료 활성화 되도록

입력
2011.03.18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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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전문화는 보편적 추세다. 사회가 빠르게 분화함에 따라 모든 분야에서 전문화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의료 분야의 전문화는 약 100년 전부터 시작돼 현재 그 종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며, 의료 분야 인력도 크게 증가해 왔다. 일반적으로 전문의는 병원에 근무하며 인체의 특정 장기에 발생하는 질병의 진단과 치료에 초점을 둔다. 따라서 지역사회에서 인체 전반의 건강을 관리해 오던 전통적인 개념의 의사 수는 많이 줄었다.

이렇다 보니 일반인 입장에서는 몸에 이상 신호를 느낄 때마다 각각의 해당 전문의를 찾아 다녀야 하는 어려움을 겪게 된 게 현실이다. 의료서비스 분절화, 남용, 중복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질의 저하와 자원 낭비를 경험하고 있다. 그래서 선진국에서는 이미 약 50년 전부터 주민의 몸과 마음 전반의 건강을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맡아 관리해 주는 새로운 차원의 전문의를 제도적으로 양성하기 시작했다. 이 새로운 차원의 일차의료 전문의를 유럽에서는 전통적으로 ‘지피(GPㆍgeneral physician)’, 미국 캐나다 등에서는 새롭게 ‘가정의(family physician)’로 부르고 있다.

지구상 대부분의 국가들은 최근 수십 년간 인구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라는 문제를 공통적으로 겪고 있다. 이에 대비해 선진국들은 의료비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의료체계를 개혁해 왔는데, 일차의료 강화가 그 개혁의 중심에 있어 왔다. 국가의 일차의료가 잘 발달하면 적정 의료비를 사용하면서도 국민 건강수준을 높게 유지하며 국민의 의료체계에 대한 만족도가 높기 때문이다. 미국의 환자 중심 주치의 의원(medical home), 영국의 질ㆍ성과 평가 체계, 프랑스의 선호의사제도 등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우리나라는 인구 고령화 속도와 함께 국민의료비 증가 속도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게다가 선진 13개국과 비교해 볼 때 일차의료 수준이 현저히 열악하다. 국민들이 일차의료 기관인 지역사회 의원을 신뢰하지 못하면서 대형병원과 명의(名醫)에 몰리는 ‘의료 장보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조정기능 결여로 자원낭비 또한 심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일차의료가 취약한 것은 세계 최고 수준의 민간병원 비중과 공공성 결여, 단과전문의 과잉 배출, 행위별수가제(진료행위 건수마다 비용을 추가 부담하는 제도) 등 본질적으로 보건의료체계의 구조적인 문제들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런 일차의료의 문제는 균형 있는 의학발전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효율성과 형평성이라는 보건의료체계의 궁극적인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복지부가 17일 발표한 의료기관 기능재정립 방안의 핵심은 선택의원제와 일차의료 활성화다. 만성질환과 노인질환 증가에 따라 환자들이 일차의료 기관을 먼저 찾을 수 있도록 일차의료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정책을 불신하며 주치의 제도에 편견을 갖고 있는 대형병원 중심의 의료계가 반대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무턱대고 대형병원을 찾던 환자들이 일차의료 기관으로 발걸음을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약제비 본인부담률 차등화 방안에 대해서도 이견이 존재한다. 정책추진 과정에서 이해단체들의 입장을 슬기롭게 조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겠다는 정부 의지와 돌파력이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지난 10여 년간 우리 보건의료 정책에서 일차의료는 관심 밖이었으며 오히려 의료산업화에 시장원리를 강화함으로써 일차의료를 약화시키려는 경향을 보였다는 점에서 정부의 이번 정책적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이번 대책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의료기관 기능 재정립을 통한 일차의료 활성화를 위해서는 국내 의료체계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게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재호 가톨릭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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