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후쿠시마(福島) 원자력발전소 사태를 조기에 진압하지 못하고 화를 키운 데엔 일본 정부의 판단착오와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의 안일한 대응이 한몫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결정적인 순간에 재난관리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함으로써 일본 열도 전체를 위협하는 대재앙의 불씨를 키웠다는 것이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18일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원전사고 초기에 냉각수 공급을 비롯한 미국의 기술지원 제안을 받아놓고 이를 거부했다"고 보도하며 일본 정부의 오판이 사고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요미우리는 일 민주당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일본 정부는 '시기상조'라는 이유를 들어 미국이 사고 발발 당시 원자로 폐기를 전제로 한 기술적 제안을 거절했다"며 "일 정부와 도쿄전력이 냉각장치를 복구해 원자로를 살릴 수 있다고 믿는 바람에 이 같은 (잘못된)판단이 내려졌다"고 전했다. 신문은 "민주당 내부에선 간 나오토(菅直人) 정부가 만일 미국의 제안을 받아들였다면 방사성 물질이 대규모로 누출되는 현재의 심각한 상황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란 기류가 만만치 않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적어도 정부, 총리 관저에서 이 같은 사실은 전혀 인식하지 않고 있다"며 요미우리의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18일 마이니치(每日)신문은 도쿄전력(TEPCO) 지휘부가 쓰나미 발생 당시 위기상황을 과소평가한 나머지 부적절한 대응을 했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부정적인 정보는 무조건 은폐하고 보자'는 식의 위기관리로 지탄을 받아온 도쿄전력 간부들이 지진 당일 출장지에서 돌아오지 않고 현장을 비웠던 사실을 공개한 것이다.
신문은 "중국 출장 중이던 가쓰마타 쓰네히사(勝俣恒久) 회장과 시미즈 마사다카(淸水正孝) 사장 등 수뇌부 3명이 쓰나미 발생 다음날인 12일에야 뒤늦게 귀국했다"며 "11일 꾸려진 재해대책본부 첫 회의는 핵심간부들 없이 진행됐고 급기야 13일 밤에야 기자회견이 이뤄졌다"고 꼬집었다. 수뇌부가 자리를 비운 사이 원전 사태는 급속히 번졌고, 도쿄전력이 상황에 대처하는데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도쿄전력 홍보실은 "사실은 인정하지만 문제가 되는지는 아직 말할 단계가 아니다"고 답했다. 도쿄전력은 이와 더불어 새로 개설한 트위터 계정을 통해 "원전사고와 관련해 마음속 깊이 사죄한다"고 밝혔다.
한편 미 국방부가 후쿠시마 원전 상황 악화를 우려해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지역에서 전문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특수부대를 조만간 파견할 방침이라고 요미우리가 18일 보도했다. 로버트 윌라드 태평양군 사령관은 이와 관련 "약 450명의 방사선 피해관리 요원들이 일본으로 향할 준비를 마쳤다"고 말했다. 미 국방부는 이들의 선발대 격으로 피해관리 평가팀 9명을 17일 일본으로 보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18일 아마노 유키야(天野之彌) 사무총장과 함께 전문인력을 후쿠시마로 급파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