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과연 누구 편이 돼 줄 것인가. 일본 도호쿠(東北) 대지진으로 사상 최악의 원전사고가 우려되는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에서는 18일에도 2, 3, 4호기 원자로에서 사용후 핵연료 냉각수 증발로 보이는 수증기가 피어 올라 대량 방사성물질 유출 위험이 고조됐다. 자위대는 19일 새벽까지 연 사흘째 소방차를 동원해 사실상 최후작전인 핵연료 냉각작업을 계속했다. 원전 냉각 펌프를 재가동하기 위한 전력 복구 작업도 본격화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수습이 성패의 갈림길에 들어선 것이다.
일본 정부는 17일에 이어 18일에도 자위대 등의 소방차를 동원해 상황이 가장 심각한 3호기의 사용후 핵연료 저장소에 50톤 이상의 물을 쏟아 부었다.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관방장관은 “방수 직후 수증기가 피어 오른 것으로 보아 급수된 것은 거의 확실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도쿄전력이 3호기에서 500m 떨어진 지점의 방사선량을 측정한 결과 냉각작전 직전 3,484마이크로시버트에서 직후 3,339마이크로시버트로 낮아졌지만 변화는 크지 않았다.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1~6호기 이외에 6,375개의 사용후 핵연료를 따로 보관한 저장소의 수온도 상승하고 있다고 요미우리(讀賣)신문이 보도했다.
원전의 전력을 복구해 냉각설비를 가동시키려는 작업도 이날 본격화했다. 도쿄전력은 쓰나미 피해가 적은 1, 2호기의 전력을 이르면 19일 복구하고 이와 별도로 3, 4호기 복구작업도 시작할 방침이다. 하루 이틀 사이 전력이 회복된 뒤 냉각설비만 제대로 작동해 주면 사고 대처 작업은 전기를 맞을 수도 있다.
일본 정부는 이번 사고를 미국 스리마일섬 원전사고와 같은 ‘5등급’으로 이날 잠정 상향조정했다.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CTBTO)가 운영하는 방사능 관측 시스템은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성 물질이 1,600km 떨어진 러시아 캄차카까지 날아온 것을 관측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재는 미국이나 다른 아시아 국가에 위험한 상태가 아니다”는 견해를 보였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미국은 방사능오염 전문부대 450명의 일본 파견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에다노 장관은 이날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원자력정책 추진이 어려워졌다는 지적에 대해 “결정된 정부의 견해를 말할 시기는 아니지만 지극히 당연하다”며 원전 정책 재검토 필요성을 인정했다.
지진 발생 일주일째를 맞은 이날 경찰 집계 사망자는 6,911명(오후 10시현재)을, 실종자는 1만명을 넘어섰다. 이번 도호쿠 대지진은 1995년 한신(阪神)대지진(사망자 6,434명)을 넘어서는 전후 일본 최악의 지진 피해로 공식 기록됐다.
도쿄=김범수특파원 bs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