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이번 대지진 참사에 제대로 된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대책 수립이 늦어져 피해 확산을 가중시키고 있고, 구호품 등의 물자전달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거나 정확한 정보공개마저 꺼리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국민 불만은 더욱 높아지는 상황이다.
우왕좌왕하는 일본 정부의 문제점으로는 무엇보다 전형적인 상명하복(上命下服) 식 관료주의가 이번 피해에 효과적인 대응을 더디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수직적인 보고체계로 이뤄진 관료주의로 인해 급변하는 상황에 대한 탄력적인 처방책 수립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즈는 17일 "일본 정부는 전체가 느리게 움직이며, 국가적 위기상황에 이르러서도 대담한 결정을 하지 못하는 시스템"이라면서 "독특한 관료 체계는 이번 사태의 대응책 마련에 있어서도 외부의 도움보다는 일본 정부의 독자적인 대응 쪽으로 가게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현재 일본 이와테(岩手)현 가마이시(釜石) 항구에는 비상식량 1,800인분이 쌓여있지만, 보급루트를 확보하지 못해 피해 주민에게 전달되지 않고 있다. 일부 도로 유실과 인력부족 등의 현실적 어려움을 감안하더라도 피해지역에 인력과 재원을 집중시키는 등의 중앙과 지방 정부와의 유기적인 협조체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이 크다. 이런 이유에서 현재 각국에서 보내온 구호물품들도 주요 항구에 그대로 방치돼 있는 경우도 많다.
원전을 운영하는 도쿄전력으로부터 위험성 여부를 보고받고 원전 지역경계 반경을 당초 3㎞이내로 설정했다가, 12일에는 10km, 13일 20km, 15일 30km로 계속 확대하며 혼란상을 가중시킨 것도 정부가 주요 정책 수립을 놓고 적절한 타이밍을 놓치고 있다는 반증이다.
또 원전 냉각을 위한 바닷물 투입시기도 늦어져 사태를 키웠다.
여기에는 간 나오토(管直人) 총리를 본부장으로 하는 긴급재해대책본부로 모든 결정사항이 집중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무엇보다 원전 안전에만 몰두하다 보니, 피해지역 대책 방안 등 다른 문제가 상대적으로 소홀히 취급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도쿄=염영남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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