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일본 자위대의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 원자로 냉각작전. 헬리콥터에 탄 대원들의 표정은 긴장감이 맴돌았다. 이들을 보내야 하는 상관은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필요하다면 앞으로도 계속 공중 냉각작전이 펼쳐질 수 있다”는 기타자와 도시미(北澤俊美) 일본 방위장관의 말이 전해지자 대원들의 긴장감은 더욱 고조됐다. 미처 피하지 못한 원전 인근 주민들은 TV로 작전을 지켜보며 두 손 모아 성공을 기도했다.
18일 도쿄(東京)신문이 전한 당시 상황은 사지(死地)로 향하는 이들과 기댈 곳은 이들뿐인 일본인들의 처절한 모습이 담겨있다. 방사선 피폭 위험에 부하들을 내몰아야 하는 상관과 가족을 뒤로하고 불길 속에 뛰어들어야 하는 자위대원들의 모습은 전쟁터를 연상시켰다. 보이지 않는 방사선에 대한 공포는 빗발치는 총탄이 주는 두려움에 뒤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작전에 동원된 한 헬기 조종사는 “어려운 임무지만 국민의 목숨이 걸린 문제”라며 “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고 각오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은 더욱 힘들었다. 방사선이 계속해서 유출되는 원전 상공에서 물을 투하하는 임무는 한번도 훈련한 적 없는 새로운 작전이었다. 공중에서 방수작전이 확실히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원래 낮은 고도로 날아가 정지한 뒤 물을 투하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작전은 투하한 물이 사용후핵연료와 반응, 급격한 상승 기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았다. 이에 헬기가 휘말리면 통제불능이 되고 최악의 경우 원자로에 추락하는 사태로 연결될 수도 있었다. 결국 상공을 통과하면서 물을 방출하는 수밖에 없었다.
피폭 위험도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16~17일, 원전 3호기 30m 상공의 방사선량은 시간당 250밀리시버트(mSv), 상공 100m의 방사선량은 시간당 87.7mSv에 달했다. 다행히 작전 뒤 대원들에 대한 방사선 검사에서 모두 1mSv 이하로 나타났다. 헬기 바닥에 깐 텅스텐 재질의 특수 시트와 보호복이 막아준 것으로 보인다. 한 대원은 아사히(朝日)신문에 “피폭될 것이라는 두려움보다는 물이 원전 안으로 들어가기만을 기도했다”고 말했다.
TV로 작전을 지켜보던 인근 주민들도 간절한 성공을 기원하고 있었다. 원전으로부터 불과 25㎞ 떨어진 소마(相馬)시의 한 노인요양병원 관계자는 “대원들도 가족들이 있을 텐데 너무나 감사하다”며 “방수가 꼭 성공하기를 기원했다”고 말했다. 이곳에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 70여명이 지진 이후 대피하지 못하고 머물러 있다.
원전 인근에서 살다 150㎞ 떨어진 츠쿠바시로 피난했다는 한 시민은 “(대원들이) 힘들겠지만 더 서두르지 않으면 정말 돌이킬 수 없을 것”이라며 수습에 노심초사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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