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호쿠(東北)대지진에 대해 목사 몇 명이 신의 경고라고 말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개신교 신자 중에서도 그다지 많지는 않을 것 같다. 현대인들은 지진을 자연현상의 일부로 보는 과학적 사고방식에 훨씬 더 익숙하기 때문이다.
기독교의 본고장인 유럽에서 지진을 자연현상으로 이해하기 시작한 것은 1755년 11월 1일 일어난 포르투갈 리스본대지진 때부터였다. 지난해 10월 출간된 <테라: 광포한 지구, 인간의 도전> (미래의 창 발행ㆍ리처드 험블린 지음)에 그 정황이 자세히 기술돼 있다. 리스본대지진 때도 이번 도후쿠대지진처럼 높이 12m의 쓰나미가 몰려와 도시를 초토화했다. 테라:>
당시 한 예수회 신학자는 지진의 원인이 자연현상이 아니라 리스본 시민들의 가공할 죄악 때문이라고 했다. 예수회는 지진 발생 1주년에 최후의 심판이 도래할 것이라는 소문을 퍼트렸다. 많은 사람들이 이를 믿었고, 유럽의 개신교 논객들 중에는 가톨릭의 우상숭배가 신의 분노를 일으켰다고도 했다.
그러나 총리 폼발 후작은 지진은 영적인 사건이 아니라 물질적 사건이라고 보았다. 그는 "리스본이 불행을 극복하는 방법은 기도가 아니라 인간의 창의력"이라며 학자들을 동원해 지진의 원인을 조사했다. 존 미첼이라는 학자가 1760년 "지구상 특정 지역은 다른 지역보다 지진 활동이 더 활발하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그리고 목격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지진의 진원지가 포르투갈 연안 대서양 해상에서 1.6~4.8㎞ 아래일 것으로 추정했다. 기독교 유럽이 지진을 인간에 대한 신의 심판으로 보는 해석을 그만둔 것이 이때다.
남경욱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