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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직원 여러분 비용은 회사가 낼테니 안전지대로 피하세요" 박용만 회장 직접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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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직원 여러분 비용은 회사가 낼테니 안전지대로 피하세요" 박용만 회장 직접 이메일

입력
2011.03.18 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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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의 직장이나 아이들 학교, 부모님 부양 등의 여러 사정 때문에 떠나지 못하는 심정은 충분히 이해합니다만, 가급적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시는 게 어떨까 생각합니다. 그에 수반되는 모든 비용은 전액 회사가 지원하겠습니다."

지난 19일 일본 도쿄(東京)에 있는 ㈜두산과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의 현지법인 및 인프라코어 요코하마(橫濱) 지사 직원들에게 한 통의 영문 이메일이 도착했다. 한국인 직원 9명이 며칠 전 서울 본사의 지시에 따라 오사카(大阪)로 옮겨간 뒤에도 여전히 도쿄와 요코하마 사무실을 지키고 있던 15명의 일본인 직원들은 이메일 끝자락에 있는 발신인의 서명을 보고 깜짝 놀랐다. 박용만(사진) ㈜두산 회장이었다.

사실 박 회장이 보낸 이메일의 내용은 단순했다. 도호쿠(東北) 대지진 이후 후쿠시마(福島) 원자력발전소의 사고로 도쿄 등지에서도 적잖은 동요가 있는 만큼 현지 직원들이 비용 문제는 걱정 말고 안전한 곳으로 옮겨가기를 바란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박 회장이 일본인 직원들 개개인에게 직접 이메일을 보냈다는 사실은 의미가 적지 않아 보인다. 최고경영자가 회사 구성원 모두를 국적에 상관없이 '두산 가족'으로 여기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기 때문. 박 회장의 이메일을 받고 난 뒤 일본인 직원 한 명이 가족과 함께 오사카로 이동했고 나머지는 현장을 지키고 있다.

앞서 두산중공업은 리비아에서도 제3국 직원 200여명 모두가 안전하게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힘을 쏟았다. 반군의 벵가지시 진격 직전인 지난달 27일 본사 및 협력업체 직원 70여명을 철수시키는 과정에서 우리 정부의 협조를 얻어 현지에서 채용한 제3국 직원들이 각자 고향에 도착할 때까지 모든 항공편과 관련 비용을 전액 지원한 것. 더욱이 남는 자리는 항공편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다른 업체 직원들까지 태웠다. 두산그룹 관계자는"박 회장은 당연히 할 일을 한 것이라고 생각할 텐데 세상에 알려지는 것이 본인에게 오히려 부담이 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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