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모든 사생활의 역사/빌 브라이슨 지음·박중서 옮김/까치 발행·568쪽·2만5,000원
저자는 집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의 원인을 찾기 위해 다락으로 올라갔다가 미처 몰랐던 창문을 발견한다. 창문 밖으로 근사한 마을 풍경을 내다보며 저자는 각각의 집안에서 벌어지는 일상을 추적하기로 한다. 그래서 선택한다. 사람들과 가장 가까우면서도 가장 많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집으로의 여행을 떠나기로. 책은 욕실을 훑으면서 위생학의 역사를 발견하고, 부엌에서는 요리의 역사, 침실에서 성행위와 죽음, 잠의 역사를 연관 짓는다.
저자는 2003년 발간돼 스테디셀러가 된 <거의 모든 것의 역사> 를 쓴 빌 브라이슨이다. 전작이 세계와 우주와 만물에 관한 파노라마식 서술이었다면 이번에 소개된 책은 인간의 사생활을 들여다보면서 미시사적으로 역사를 탐색한다. 거의>
책의 구성은 집 공간별로 나눠진다. 홀 부엌 거실 식당 화장실 등 집을 이루는 각 공간에서 찾아낸 이야기들은 무궁무진하다. 저자는 특히 150년 전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온 과정을 주로 썼다. 그때부터 지금 살고 있는 우리의 집이 모습을 갖췄다고 본 것.
가령 우리가 홀이라고 부르는 공간은 약 1,600년 전에 잉글랜드에 정착한 앵글로색슨족의 처음 집의 형태였다. 처음에는 단순히 한 공간으로 사용됐던 홀이 점차 화로 연기를 빼기 위해 천정이 높아지고, 층이 생겨나고, 개인 공간이 늘어나게 되면서부터 변화한 것. 오늘날 홀은 출입구 기능 외에 별다른 기능이 없다.
저자가 헤집은 두꺼비집에는 조명과 석유, 전기의 발전 과정이 담겨 있다. 저자는 전기가 도입되기 이전에는 비싼 양초 대신 가시금작화, 양치류, 해초, 말린 똥을 불에 태워 빛을 냈다고 설명한다. 스코틀랜드에서는 거름으로 사용할 똥이 없어 토지가 황폐화한고, 지역 농업의 몰락이 가속화했다는 속설까지 나올 정도였다. 또 전구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 보다 8개월 앞서 전구를 발명했던 조지프 스완이라는 인물에 대한 얘기도 곁들였다.
책은 집안 다양한 공간에 숨겨진 모든 사생활의 역사가 인간이 점차적으로 편안해지게 된 과정에서 발전해 왔다고 설명한다. 인간의 편리에 따라 건축 가구 조명 전기 향료 등이 만들어져 왔다는 얘기다. 집 여행을 끝내고 다시 다락으로 돌아온 저자는 한 번 더창 밖 풍경을 내다본다. 저자는 읊조린다. "160여년이라는 시간에도 불구하고 풍경의 변화는 매우 느리기 때문에 선뜻 눈치채지 못하지만 충분히 뒤로 돌아가면 우리는 수많은 변화를 알아보게 될 것이다. 또 지금 이 지붕에서 보이지 않는 다른 하나는 오늘날 우리 모두가 생활에서 기대하는 편의와 편리를 산출하기 위해 투입해야 할 에너지와 다른 자원이 과연 얼마나 될까 하는 점이다."
저자는 끝으로 인간의 삶이 더욱 편해지는 방향으로 역사가 발전해 왔지만 역설적으로 자원 고갈 등으로 편리함과 행복이 없는 세상이 도달하게 될 것이라는 뼈아픈 충고를 남긴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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