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에 대한 연합군의 군사 개입이 본격화하면서 중동 및 북아프리카 국가들의 반정부 시위도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시위가 계속된 예멘과 바레인뿐 아니라 한동한 소강 상태를 보였던 시리아와 모로코까지 시위의 불씨가 다시 살아나며 국제 사회의 개입을 촉구하기 시작했다.
예멘에서는 33년째 장기 집권중인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에 대한 퇴진 요구 움직임이 군부까지 확대되며 살레 대통령이 최대 위기를 맞았다. 예멘 육군 제1기갑사단장인 알리 모흐센 알 아흐마르 소장을 비롯 군 장성들과 60여명의 장교, 50여명의 경찰 등은 21일 "살레는 즉각 퇴진해야 한다"며 시위 거점인 사나대학 인근 광장에 탱크를 배치하고 시위대 보호에 나섰다. 아흐마르는 1994년 내전에서 남예멘을 제압하고 살레 정권을 연장하는 데 공을 세운 인물이다.
이에 앞서 예멘에선 장관 및 외국 주재 대사들이 잇따라 사퇴하고, 급기야는 살레 대통령이 속한 부족인 하셰드족까지 등을 돌린 바 있다. 하셰드 부족장인 셰이크 사디크 알 아마르는 20일 성명을 통해 "살레 대통령은 국민들의 퇴진 요구를 받아들이라"고 촉구했다.
살레 대통령은 그러나 임기(7년)가 끝나는 2013년 이전에는 물러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내각 전원을 해임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예멘에선 최근 한 달간 시위 관련 사망자가 80여명에 달하고 있다.
21일 시리아 남부 다라에서도 주민 수천명이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20일에도 이 곳에선 시위가 벌어져 최루가스와 실탄을 쏘며 진압에 나선 경찰에 의해 1명이 숨지고 100여명이 다쳤다. 시위대는 1963년 제정된 비상조치법이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며 폐지를 촉구하면서 집권여당인 바트당 사무실,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의 사촌동생이 운영하는 시라아텔 통신회사 등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18일부터 나흘째 이어진 시위와 강경진압으로 6명이 사망했다.
바레인 수도 마나마의 유엔사무소 앞에서도 20일 시아파 최대 정당인 이슬람국가협의회 소속 의원 18명이 미국 등 국제사회의 개입을 촉구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수니파의 권력 독점을 반대하는 시위가 한 달 넘게 지속되자 바레인 정부는 수니파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 등에 파병을 요청, 14일부터 시위 진압에 나선 상태다.
바레인과 시아파 국가인 이란은 서로 대사를 소환하고 외교관을 추방하는 등 외교 공방도 벌이고 있다. 바레인은 15일 내정간섭을 이유로 이란 주재 대사를 소환했고, 이란은 "국민을 죽이는 바레인에 항의한다"며 바레인 주재 대사를 불러 들였다.
모로코에서는 전국적으로 수만명이 정치개혁을 촉구하는 시위를 지속 중이고, 압둘라 국왕의 칙령에 따라 시위 금지령이 발효된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간헐적인 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박관규 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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