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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도호쿠 대지진/ "폐연료봉 식혀라" 하늘서 헬기 살수 땅에선 물대포 '사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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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도호쿠 대지진/ "폐연료봉 식혀라" 하늘서 헬기 살수 땅에선 물대포 '사력'

입력
2011.03.17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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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9시48분께 일본 도호쿠(東北) 대지진의 영향으로 방사성 물질이 누출되고 있는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제3호기. 수소폭발로 지붕이 날아가고 없는 원자로 수십 미터 상공에 물통을 매단 자위대 헬기가 나타나 해수를 쏟아 부었다. 3호기의 사용후 핵연료를 식히기 위한 최후의 작전이다.

물대포와 헬리콥터의 육공 작전

이날 임무에는 육상자위대 제1헬리콥터단 헬기 4대가 동원됐다. 2대는 7톤 정도의 해수를 실어 날랐고 나머지 2대는 상공에서 방사선량을 측정하고 투하 작전을 지휘했다. 핵연료봉의 붕괴열을 식히는데 필요한 물은 하루 50톤 정도여서 제대로만 쏟아 부으면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다. 자위대는 10시까지 모두 4차례에 걸쳐 싣고 온 물을 모두 퍼붓고 일단 이날 임무를 종결했다. 고농도 방사능 오염이라는 심각한 피해를 감수한 작전이었다. 자위대원은 방호복과 방호마스크를 착용했고 방사선 오염을 줄이기 위해 기내 바닥에 납판을 깔았다. 작전은 방사선량을 측정하는 기기로 수치를 확인해가면서 진행됐다.

기타자와 도시미(北澤俊美) 방위장관은 작전 종결 직후 기자회견에서 “총리와 나의 무거운 결단이었다”고 말했다. 한국의 합참의장에 해당하는 통합막료장도 비장한 어조로 “‘한 번은 반드시 한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가라’고 대원들에게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후 7시35분엔 자위대와 경찰이 3호기에 소방차의 물대포를 쏘아대는 지상작전을 펼쳤다. 작전에는 고압 방수능력을 갖춘 자위대 소방차 5대와 경시청 기동대 고압방수차 1대가 동원돼 수십 미터 떨어진 거리에서 파괴된 콘크리트 외벽을 통해 핵연료 저장소에 30톤 이상의 물을 쏘아 넣었다. 이 차량들은 대원들이 차 바깥으로 나오지 않고도 방수작업을 할 수 있는 특수차량이었다.

육공 작전의 성과는

하지만 이 같은 육공 입체작전이 얼마나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3호기의 상황은 심각하다는 관측이 많다. 사용후 핵연료 저장소의 냉각수가 상당량 증발해 연료봉이 이미 노출됐고 금세라도 녹아내리며 대량의 방사성 물질을 유출할 상황인지도 모른다.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관방장관도 기자회견에서 “3호기쪽을 우선 냉각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태여서 물 투하도 3호기에 실시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헬기 방수는 산불 진화와 달리 정확한 지점에 물을 투하해야 하는 고난도 작전이었는데 거센 바람 때문에 원자로 바깥으로 떨어진 물이 적지 않았다. 고압방수차에서 쏜 물 4톤은 3호기에 닿지 않았지만 자위대 소방차가 쏜 물은 3호기 상부에 닿았다고 요미우리신문은 전했다. 30여분간의 지상 방수작전 성과가 바로 확인된 것은 없다.

게다가 안타깝게도 생명의 위협을 감수한 작전에도 불구하고 3호기 인근 방사선량에는 변화가 없었다. 도쿄전력이 3호기에서 백수십 미터 떨어진 지점의 방사선량을 측정한 결과 투하 직전 시간당 3,782마이크로시버트였고 투하 후인 오전 10시20분에는 3,754마이크로시버트로 나타났다.

물론 도쿄전력 측은 “향후 방사선량을 정밀 조사해야 한다”면서도 “오전에 물을 뿌릴 때 3호기 사용후 핵연료 저장소 근처에서 수증기가 일어나는 등 냉각효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외부 전력 끌어오기

후쿠시마 원전을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간 원인인 단전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외부에서 전력을 끌어오는 작업도 시작됐다. 도쿄전력은 이날 도호쿠전력 송배전망에서 전력을 끌어오는 케이블공사와 함께 전원차, 전원반 등 제어용 설비 작업을 함께 진행했다. 경제산업성 원자력안전보안원에 따르면 전원 공급은 쓰나미의 피해를 보지 않은 전원설비가 상대적으로 많은 2호기를 최우선으로 하고 이후 1, 3, 4호기 순으로 공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외부전력이 연결되면 원자로내 온도 상승으로 연료봉 노출이 문제가 되고 있는 노심에 물을 공급하는 긴급노심냉각장치(ECCS)를 비롯한 일부 냉각기능을 복구할 수 있다. 도쿄전력은 이르면 18일 일부 전력 공급이 가능해 보인다고 밝혔다. 쓰나미 직후 후쿠시마 원전 1~5호기는 전원이 모두 상실됐다. 6호기의 비상용 디젤발전기를 가동해 5, 6호기의 냉각시스템 일부를 가동하고 있다. 외부 전력 확보는 원전 상황 개선에 큰 진전인 건 사실이다. 하지만 쓰나미의 피해를 본 설비들이 얼마나 움직여 줄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도쿄=김범수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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