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 분당 을 국회의원 보선 후보 공천을 둘러싼 여야의 눈치보기가 꼴불견이다. 투표일인 4월 27일까지는 달포밖에 남지 않았는데 여야 모두 경선인지 전략공천인지 후보공천 방식도 정하지 못한 채 상대 당의 동태를 살피느라 여념이 없다. 정작 중요한 지역 주민들의 의사나 희망은 안중에 없고, 오로지 신뢰하기 하기 어려운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정치공학적 승패 계산에만 골몰하고 있는 것이다.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의 행태는 특히 딱하다.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정운찬 전 총리가 공천신청 마감일인 15일까지 신청서를 내지 않았는데도 여전히 공천대상에서 배제되지 않고 있다. 민주당이 손학규 대표를 후보로 내면 대항마로 정 전 총리를 전략 공천하겠다는 생각을 당 지도부가 버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4ㆍ27 재ㆍ보선에서 텃밭이나 다름 없는 분당 을까지 내주고 전패하면 정치적 타격이 크다는 위기감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집권여당이 명분과 원칙을 버리고 체면까지 구겨가며 1개 지역구 승패에 매달리는 모습은 정말 한심스럽다.
정 전 총리의 처신도 그렇다. 출마할 생각이 없다고 말하지만 딱 부러지게 대못을 박지 않아 여지를 남긴다. 경선에는 나설 생각이 없으나 전략공천이라는 '꽃가마'를 태워주기를 기대하는 것 아니냐는 풀이가 나오는 이유다.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초과이익공유제'라는 국가적 논쟁의 한가운데 서 있는 그다. 보선 출마의 뜻을 확실하게 정리하지 않는다면 초과이익공유제를 들고 나온 의도까지 의심 받기 십상이다.
민주당 손 대표가 좌고우면하며 출마를 저울질하는 것처럼 비치는 모양새도 보기에 좋지 않다. 직접적 연고가 없으면서도 정략적 계산에 따라 분당 을 보선에 출마하는 것은 정치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강조해온 원칙에 맞지 않는다.
정치의 정도를 외면하고 승패에만 집착하는 여야의 정략은 국민의 정치 혐오증을 부채질할 뿐이다. 국민들은 당장 불리하더라도 원칙에 따라 후보를 내고 좋은 공약으로 지역구민에게 호소하는 당당한 정치를 보고 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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