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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와타나베 부인'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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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와타나베 부인'의 귀환

입력
2011.03.17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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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지진과 쓰나미 등 자연재해에 이은 핵재앙 위기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는 것과 별개로 또 하나의 전쟁에 시달리고 있다. 엔고(高)와의 전쟁이다. 도호쿠(東北) 대지진 직후 시장의 예상과 달리 엔-달러 환율이 되레 하락하자 '재난의 역설'등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정부와 기업이 재난으로 인한 보험금과 복구비용 마련 등을 위해 해외에 투자해 놓은 엔화를 환수할 것이라는 전망에 단기적으로 엔화 가치가 올라갔다는 것이다. 1995년 1월 한신(阪神) 대지진의 여파로 엔화가 그 해 4월 달러당 79.75엔으로 사상 최저점을 기록했던 경험도 판단의 토대가 됐다.

■ 하지만 이 추세가 곧 반전돼 점차 회복됐듯이, 이번에도 같은 경로를 밟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GDP의 2배를 넘는 과도한 국가부채 때문에 정부의 재정여력에 한계가 있고 피해 규모가 날로 확대되는 만큼 국가경제의 펀더멘털을 반영하는 엔화 가치의 하락(환율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근거에서다. 하지만 일본의 원전 위기가 확산된 어제 뉴욕시장에서 엔화는 달러당 79.59엔으로 16년 만에 최저기록을 갱신했다. 전자거래 공시시스템에서는 장중 한때 76.43엔까지 떨어졌으니 금융시장이 공포와 충격에 휩싸인 것도 무리가 아니다.

■ 시장에선 "원자로가 멜트다운(meltdownㆍ용융)되기 전에 엔화 혹은 금융시장이 먼저 멜트다운될 판"이라는 푸념과 아우성이 계속된다. 열도의 재앙이 또 다른 모습으로 전 세계로 번져가는 형국이다. 이날 엔고의 원인은 이전과 별로 다르지 않다. 천문학적 복구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와타나베 부인'등이 해외에 뿌려놓은 자금을 환수할 것이라는 엔화 가수요 우려와 일본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 기대가 무산된 탓이라는 얘기다. 때마침 미국 FRB가 달러를 푸는 '양적 완화'기조를 고수하겠다고 밝힌 것도 달러약세와 엔고를 부채질한 요인으로 꼽힌다.

■ 일본 기업과 개인 은행 등이 해외에 가진 순채권액은 무려 270조엔 대다. 이 돈이 크게 움직이면 세계 금융시장은 감기에 걸릴 수밖에 없다. 프랑스가 선진 7개국(G7) 긴급회동을 제의했고, 조만간 외환시장 공조방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일본에서 연간 380억달러의 부품ㆍ소재를 수입하고 한편으로 전자 조선 철강 등 전 분야에 걸쳐 세계시장에서 일본제품과 경쟁하는 우리도 유ㆍ불리를 따져볼 대목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늘 그렇듯 쏠림에 따른 불균형은 장기적으로 득보다 실이 많은 법이다.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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