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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도호쿠 대지진/ 4호기 폐연료봉 핵분열 가능성 '0'에 가깝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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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도호쿠 대지진/ 4호기 폐연료봉 핵분열 가능성 '0'에 가깝다지만…

입력
2011.03.17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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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4호기의 사용후 핵연료의 재임계(핵분열 연쇄반응이 다시 시작되는 것) 가능성이 0이 아니라는 도쿄전력의 발표로 핵공포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졌다. '0이 아닌 가능성'이란, 어떤 조건에서 현실화하는 것일까.

결론적으로 4호기의 붕괴된 외벽 잔해가 사용후 핵연료를 뒤죽박죽 섞어 뭉쳐지게 했다면 핵분열 연쇄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 애초에 거리를 좁혀 촘촘하게 핵연료를 보관했거나, 사용하지 않은 신 핵연료까지 뒤섞였다면 재임계 위험은 더욱 크다.

우라늄의 원자핵이 쪼개지는 핵분열은 자연적으로도 일어난다. 문제는 이 때 핵에서 튀어나온 중성자가 옆에 있는 원자핵에 부딪혀 2차 분열을 유발하는 반응이 연쇄적으로 일어날 수 있느냐는 것. 원자로는 이 연쇄반응을 느리게 일어나게 해서 에너지를 얻는 것이고 원자폭탄은 한꺼번에 폭발적인 에너지를 일으키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사용후 핵연료에서 핵분열 연쇄반응이 일어나기 힘들다고 말하는 첫번째 이유는 연료에 해당하는 우라늄235가 타버리고 얼마 남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 우리나라 원전에서 쓰는 우라늄 핵연료는 우라늄238이 94.5%, 우라늄235가 4.5%이고 원자로 안에서 핵분열을 마치고 꺼낸 사용후 핵연료에는 우라늄235가 0.9%밖에 남지 않는다. 이 조건에서 장순흥 한국원자력학회 부회장은 99%, 이은철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99.8% 재임계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띄엄띄엄 물 속에 넣어둔 핵연료가 뭉쳐지면 그 희박한 가능성이 현실이 될 수 있다. 우라늄235의 농축률이 높아지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4호기에서는 화재가 두 차례나 일었고 외벽에 사방 8m 구멍이 두 개나 뚫려 있기 때문에 이 콘트리트외벽 잔해가 연료봉을 흐트려 놓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가 없다. 원전 운전자들은 사용후 핵연료의 재임계가 일어나지 않도록 저장 간격과 위치까지 지정한 지침을 따르는데, 도쿄전력 측이 규정보다 촘촘하게 저장했다면 이것도 위험성을 높이는 일이다.

만약 우리나라 원전처럼 사용후 핵연료 저장소에 쓰지 않은 신 핵연료를 함께 보관중이었다면 위험성은 더 커진다. 신 연료봉은 농축률이 높아 핵분열 연쇄반응을 일으키기 쉽다. 또 사용후 핵연료는 재임계가 시작된다 하더라도 곧 연료가 떨어지겠지만 신 핵연료까지 뒤섞이면 연료까지 충분히 공급하는 조건이 된다.

온도가 올라가면서 냉각수가 상당량 증발하고 없다는 점도 우려할 일이다. 냉각수 안에 섞여있는 붕소는 중성자를 흡수하는 효과를 내기 때문에 재임계를 막아준다. 물이 없으면 핵분열 때 나오는 중성자 속도가 너무 빨라서 오히려 연쇄분열을 방해하는 효과도 있지만 붕소가 없어서 연쇄분열을 조장하기도 한다.

재임계가 일어나면 방사성 물질이 대량 방출된다. 사용후 핵연료 저장소는 격납용기 밖에 있고 4호기의 외벽은 상당히 손상된 상태라 방사선량은 크게 높아질 것이다. 그렇다고 핵폭발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온도가 높아지면 물이 증발해 수증기가 가득 차고, 연료봉 피복재와 화학반응을 일으켜 2호기에서 일어난 것과 같은 수소폭발이 일어날 가능성은 높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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