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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부터 천사 역할까지…우체국 아저씨는 재주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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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부터 천사 역할까지…우체국 아저씨는 재주꾼

입력
2011.03.17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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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배원 아저씨는 못 하는 게 없어. 딸 있으면 사위 삼고 싶다니까."

인천 문학동 '달동네'에 홀로 살고 있는 성옥순(가명ㆍ75) 할머니가 권병우(43) 집배원을 두고 한 말이다. 권 집배원은 이 지역 독거노인들의 든든한 후원자이자 친구이다.

독거노인들에게 따뜻한 온정을 베풀어 온 권 집배원이 '집배원 중의 집배원'으로 선정됐다. 지식경제부 우정사업본부는 17일 강원 강릉시에서 열린 2010년 우편연도대상에서 권 집배원에게 집배원 대상을 수여했다.

권 집배원이 본격적으로 성 할머니를 보살피기 시작한 것은 5년 전. 남인천우체국에서 문학동 달동네를 담당하게 된 그는 우편물을 배달하면서 성 할머니를 알게 됐다. 성 할머니는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고령으로 몸이 쇠약해져 눈과 귀가 어두웠고, 성 할머니의 집은 달동네에서도 특히 외진 곳에 위치해 있어 찾는 이가 거의 없었다. 시장 나들이도 하기 힘들어 끼니를 거르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권 집배원은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대신 장을 봐드리고 반찬도 갖다 드리면서 할머니와 친해지게 됐다"고 말했다. 한 번 인연을 맺게 되자 그 끈을 쉽게 놓을 수가 없었다. 우편물이 없을 때도 할머니 집을 찾아 연탄가스가 새지 않는지, 전기는 제대로 들어오는지 살피는 게 권 집배원의 일상생활이 됐다.

지난 겨울에는 화장실을 고쳐주기도 했다. 큰 눈이 내린 다음날 아침 부랴부랴 성 할머니 집으로 달려간 권 집배원은 화장실 앞에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던 할머니를 발견했다. 실외에 있는 화장실이 무거운 눈 때문에 내려앉아 쓸 수가 없게 돼 있었다. 그는 곧바로 나무와 자재를 사다가 화장실을 다시 만들었다.

성 할머니를 돕다 보니 자연스럽게 '인맥'도 넓어졌다. 현재 권 집배원이 매일 찾아가는 독거노인들은 10여 명. 그는 "조금 늦게 퇴근하더라도 잠시라도 들러봐야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동료 집배원들도 힘을 보태기 시작했다. 그는 동료들과 함께 '하늘꿈 봉사단'을 만들어 불우이웃들을 돌보고 있다.

최근에는 더 없이 훌륭한 동지를 한 명 더 얻었다. 그의 아내가 봉사활동에 함께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 권 집배원은 "쉽지 않은 일인데도 묵묵히 청소도 하고 김치도 담가준다"며 "큰 힘을 주고 있는 아내가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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