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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도호쿠 대지진/ 피난가방 싸는 도쿄… 정전·생필품 품귀에 동요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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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도호쿠 대지진/ 피난가방 싸는 도쿄… 정전·생필품 품귀에 동요 커졌다

입력
2011.03.17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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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심장인 도쿄가 멈춰서고 있다.

대지진 발생 7일째인 17일 방사능 오염 공포로 주민들의 탈출 러시와 정전 확대, 여기에 사재기 현상 심화로 물품 조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도쿄를 비롯한 일본 동북부 지역의 상황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원전 상황이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자 도시 기능마저 차질을 빚기 시작했다. 특유의 침착함을 유지하던 일본 국민도 공포감 속에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계획 정전을 실시하고 있는 도쿄지역에선 기온이 내려가면서 난방을 위한 전력수요가 급증하자 시내 곳곳에서 정전현상이 이어졌고, 자칫 대규모 정전사태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미 도쿄의 거리는 절전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전력만 사용하고 있지만 공급량의 절대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현재 지하철 역이나 대형 빌딩 등의 복도 등에는 방향 지시등만 켜져 있고,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도 운행을 멈췄다. 전차들의 운행간격도 크게 늘렸고 거리 상점의 간판 등은 상당부분 꺼져 있다.

가이에다 반리(海江田萬里) 경제산업 장관은 이날 "도쿄에 예측 불가능한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민들의 절전을 촉구했다.

사재기 현상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당국의 자제 당부가 있었지만 쌀이나 화장지, 생수 등은 이제 전량 품귀 쪽으로 가고 있다. 급기야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관방장관은 이날 "사재기 현상에 대한 법적 조치를 취하는 방안도 강구 중"이라고 밝혔다. 대중교통에 문제가 생기면서 걸어서 집으로 돌아가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 등이 불티나게 팔려나가는 기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걷는 것 보다는 낫다는 생각 때문인 듯 자전거도 품귀 목록에 포함됐다.

도쿄의 중심지 긴자(銀座)와 신주쿠(新宿) 지역의 주요 식당가에는 휴업하는 곳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행인들이 줄어들자, 쇼핑가는 아예 셔터문을 굳게 닫았다. 세계적 의류유통브랜드인 H&M은 이날부터 일본 간토(關東)지방 전 점포의 영업을 중단했다. 또 주택가 주변의 약국과 슈퍼마켓도 물품 공급이 어렵게 되자 문을 닫는 곳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거리의 생수 자판기에는 품절 안내등이 켜진 지 오래다.

도쿄에서의 탈출 행렬은 이날도 계속됐다. 당초 외국인을 중심으로 시작된 탈출 러시가 이젠 도쿄 시민들에게까지 이어지고 있다. 도쿄 시민들은 오사카와 교토, 규슈 등으로 가는 고속 열차 티켓을 사려고 역과 터미널마다 하루 종일 북새통을 이뤘다. 도쿄 신주쿠에 사는 주부 기요코 하시모토(47)씨는 17일 아침에도 '피난 가방'부터 확인했다. 언제든 떠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도쿄 메구로(目黑)역에서 오사카로 가는 열차 표를 사기 위해 줄을 서고 있던 30대 회사원은 "회사에서 도쿄에도 방사선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오사카로 돌아가라고 했다"며 "상황이 악화하고 있어 두렵기만 하다"고 말했다.

외국인들의 탈출러시는 각국 정부차원의 지원아래 이뤄지고 있다.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독일 호주 뉴질랜드 인도 등 주요 국가는 이날 각 대사관을 통해 자국민의 도쿄 철수를 적극 권유하면서 긴급 수송편을 마련해 남부도시 또는 해외로의 피난을 도왔다.

우리 교민들의 도쿄 탈출도 상당부분 진행됐다. 한인 상점이 밀집한 신오쿠보(新大久保) 지역의 경우 을씨년스럽기만 하다. 주재원 가족이나 유학생들은 대부분 귀국하거나 남쪽 지역으로 피신했다. 또 귀국이 여의치 않은 사람들은 상황 악화 시 배편으로라도 귀국하기 위해 일단 남쪽 항구도시인 후쿠오카(福岡)로 피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학생이 많은 주요 대학이나 전문 학원들은 수업을 중단하는 곳이 생겨났다.

평소 1~2시간에 그치던 일본입국관리국의 출국수속에도 사람들이 몰려들어 평균 6~7시간 가량 소요되고 있다.

도쿄=염영남기자 liberty@hk.co.kr

김혜경기자 thanks@hk.co.kr

남보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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