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니면 누가 하겠는가. 죽음으로 원전에 맞설 것이다."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이들이 있다. 방사성 물질이 유출되고 있는 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몸을 던져 처리작업에 나서고 있는 도쿄전력 소속 181명의 기술자들이다.
이들은 방사성 물질이 유출되는 위험 천만한 현장인 1~3호기 원자로에서 냉각을 위해 소방차의 펌프를 과열된 원자로에 연결하고, 원자로 내 냉각장치의 기능 재개와 냉각수 수위 등을 점검하는 등 필사의 작업에 매달리고 있다. 사실상 일본의 미래가 이들에게 달린 셈이다.
직원 800명이 일하는 후쿠시마 제1원전은 다량의 방사선 피폭 위험 때문에 지난 15일 73명만 남고 모두 철수했다. 이후 원자로에 화재가 일고, 외벽이 무너지는 등 상황이 악화됐다. 도쿄전력은 자원자를 비공개로 모집하기 시작했다. 사지로 몰아가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나 둘 자원자가 늘더니 애초 20명을 예상했던 모집인원을 훌쩍 넘어 총 181명의 최후의 결사대가 구성됐다. 이들의 면면에 대해 도쿄전력 측은 함구하고 있으나 대부분이 자원해 남거나 추가로 지원한 인물들이다. 특히 정년을 불과 6개월 남겨 둔 59세 남성은 "인생에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결정했다"며 '죽음의 현장'에 자원했고, 부인은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힘 내세요"라고 배웅했다고 지지(時事)통신이 16일 전했다.
원전 인근 30㎞ 안에 거주하는 모든 주민에 대한 대피령이 내려진 상태에서 원자로 한 가운데서 하는 이들의 작업은 말 그대로 사투(死鬪)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일반인이 1년 동안 노출되는 방사선량은 2.4밀리시버트(mSv). 이에 비해 후쿠시마 제1 원전은 한 때 시간당 400mSv로 치솟을 정도로 위험한 상태다. 피폭될 경우 임파구 감소 등 건강에 영향을 주는 수준이다. 반핵운동단체 '사회적 책임을 위한 의사들(PSR)'의 이라 헬펀드 박사는 이날 CNN에 "방사선증후군을 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양의 방사성 물질이 유출되고 있다"고 밝혔다. 보호장구를 갖추고 10~20분 동안 일하면 안전장소에서 쉬는 순환 근무 형태를 유지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백혈병이나 림프종, 갑상선암을 야기할 수 있는 방사성 물질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얘기다. 원자로 내 수소 폭발의 위험에도 노출돼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작업자 1인당 100mSv였던 연간 방사선 피폭 상한을 250mSv로 상향했다.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막으라는 것으로 '죽음의 임무'를 이들에게 안긴 셈이다.
이들의 처절하고도 외로운 악전고투에 "뒤늦은 대응으로 방사성 물질 유출을 막지 못했다"며 도쿄전력을 비판하는 이들마저도 숙연케 하고 있다. 네티즌들은 포털사이트 야후 재팬 등에 "목숨 바쳐 복구작업을 하고 있는 분들을 생각하면 고개가 숙여진다", "경외감이 느껴진다. 정말 감사하다"는 글을 올리며 얼굴 없는 영웅들에게 찬사를 보냈다. 인근 원전에서 일하다 대피했다는 미치코 오츠키씨는 일본 소셜네트워크사이트인 '믹시'에 올린 글에서 "모든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자신들의 목숨을 걸고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절대 잊지 말아주세요"라고 말했다. CNN은 스스로를 희생하며 위험과 싸우고 있는 이들에게 세계가 감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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