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폐암으로 타계한 일본 극작가 겸 연출가 츠카 코헤이는 이런 유언을 남겼다. "유골은 한국과 일본 사이 쓰시마 해협에 뿌려 달라." 그의 원래 이름은 김봉웅, 재일동포 2세였다. 18일 밤 11시5분 방송하는 'MBC 스페셜'은 일본 후쿠오카의 작은 탄광촌에서 태어난 그가 일본 현대연극의 전설로 불리게 되기까지 삶과 고국에 대해 가졌던 복잡한 심경을 들여다 본다.
1973년 '아타미 살인사건'이란 희곡을 들고 연극계에 발을 디딘 그는 이듬해 스물 다섯 나이에 최연소로 키시다 희곡상을 받았다. 그 후 '비룡전' '스트리퍼 이야기' 등 발표하는 작품마다 주목을 받고 소설 영화 드라마로도 만들어지며 이른바 '츠카 시대'를 열었다.
"재일동포로서 느끼는 설움이나 억압을 작품으로 썼으면 훨씬 많이 팔렸겠지만 그건 굉장히 비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던 그는 85년 첫 아이의 탄생을 앞두고 처음으로 한국 땅을 밟았다. 배우 전무송 강태기 최주봉 김지숙의 열연으로 무대에 올려진 '뜨거운 바다'는 한국 연극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이 때의 경험은 그의 삶을 바꿔놓았다.
재일동포로서 겪은 갈등과 고민을 솔직히 털어놓은 에세이를 내고, 99년 한국정부의 일본문화 개방정책에 힘입어 양국 문화교류의 선봉을 자처하기도 했다. 그러나 남북분단 문제까지 녹여내 야심차게 준비한 3부작의 한국 공연이 혹평 속에 처참한 실패로 끝나자, 다시는 한국을 찾지 않겠다는 말을 남기고 일본으로 돌아갔다.
지난해 1월 폐암 사실을 언론에 공표한 그는 병실에서도 전화를 통해 연출을 계속 했고, 한국에서의 공연도 계획하고 있었다. 하지만 끝내 그 꿈을 이루지 못하고 세상을 떴다. 한국과 일본 사이 바다에 잠들기를 바랐던 그에게 조국은 어떤 의미였을까.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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