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지원 방안의 하나로 보금자리주택 사업에 민간 자본을 끌어들이는 방안을 내놓자, 이 사업의 공공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LH의 자금난 완화를 위해서는 민간 자본 유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서민용 공공주택 사업에 이익을 추구하는 민간 자본이 유입되면 가격상승 등 부작용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논리는 이렇다. 국책사업을 추진하려면 올해 30조원이 필요한데 실제 조달할 수 있는 건 24조원에 머물러 예정대로 추진하려면 민간 참여가 필요하다는 것. 이에 따라 보금자리주택 지구의 택지개발에 민간을 끌어 들이는 한편, 기존 택지개발사업에서도 민간사업자가 LH와 공동 시행자가 될 수 있도록 하는 법안 마련을 모색하고 있다.
건설 업계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보금자리주택의 인기가 여전한 만큼 미분양 사태로 이어질 우려도 적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보금자리주택의 물량조절 및 민간 참여 허용은 업계가 국토부에 꾸준히 요청해온 건의 사항인데, 최삼규 대한건설협회장(이화공영 대표)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연장 ▦분양가상한제 폐지와 함께 "보금자리주택에 민간 참여를 확대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정부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있다.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풀어 짓는 보금자리주택에 민간 자본의 진입을 허용하는 것은 국가 자산을 털어 건설업자에게 이윤을 제공하는 행위라는 지적이다. 참여연대는 최근 관련 성명을 내고 "국민세금으로 조성한 자금을 민간주택을 짓는데 지원하는 것은 정당성이 없다"며 "정부가 보금자리주택의 취지를 훼손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간 참여할 경우 서민주택사업의 공공성을 존중할지 여부도 논란 거리다. 국토해양부는 '민간이 참여해도 분양가는 지금 수준을 유지할 것'(정창수 1차관)으로 예상하지만, 과연 그 의도대로 민간 건설사가 '박한 이윤'에 만족한 채 주변보다 크게 낮은 시세에 주택을 공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보금자리주택은 ▦좋은 입지에 ▦싼 가격으로 ▦서민의 내 집 마련을 도와주는 게 핵심인데, 민간 사업자가 낮은 이윤을 무릅쓰고 이런 정책 목표에 부응할지 회의적이라는 얘기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보금자리주택은 호당 수익은 적지만, 안정적으로 현금이 들어오는 수익원이므로 민간업체도 마다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부가 뜻을 이루려면 법 개정이 필수적이어서, 이 문제는 다음달 열릴 국회에서 판가름날 전망이다. 그러나 일부 야당의원들이 법 처리를 반대하고 있어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국회 국토해양위 소속 강기갑 의원실 관계자는 "LH의 위기를 빌미로 민간 건설업자에게 특혜를 주는 조치"라며 "법안 처리를 강력히 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상임위의 김진애 의원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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