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은 사업 운영에 심각한 혼란이나 막대한 손해를 초래할 때에만 업무방해죄로 처벌 가능하다는 대법원 판례가 나왔다. 폭력이 수반되지 않은 단순 파업에 대해서도 정당한 쟁의행위가 아니면 예외 없이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본 종전 판례를 바꾼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이홍훈 대법관)는 17일 2006년 3ㆍ1절 철도노조 총파업을 주도한 혐의(업무방해)로 기소된 김영훈(43) 전 전국철도노동조합 위원장(현 민주노총 위원장)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쟁의행위로서의 파업은 언제나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 게 아니다"라며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뤄져 사용자의 사업 계속 의사가 제압될 때에만 집단적인 근로 거부를 위력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이에 비춰봐도 김씨가 주도했던 파업은 업무방해죄를 구성하는 위력에 해당돼 유죄를 인정한 원심 판결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파업과 업무방해죄의 연관성을 보다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취지로, 위법한 쟁의행위는 무조건 업무방해죄로 처벌해 온 기존 관행에 제동을 건 것이다. 대법원의 기존 판례는 '집단적인 근로 제공 거부로 정상적인 업무 수행이 저해돼 손해를 발생시킨 것은 당연히 위력에 해당하므로 위법성의 조각 사유가 없는 한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는 논리였다.
특히 박시환 김지형 이홍훈 전수안 이인복 대법관은 "단순한 근로 제공 거부는 적극적인 방해 행위에 의한 법익 침해와는 달라, 단순 파업이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한다고 볼 수 없다"는 반대 의견도 냈다. 대법원 관계자는 "헌법상 기본권인 근로자들의 단체행동권을 보다 충실하게 보장하는 발판을 마련한 판결이라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2006년 2월 28일 사측과의 단체교섭 결렬 직후 중앙노동위원회가 중재 회부 결정을 했는데도 이튿날 새벽 총파업을 강행, 나흘 동안 1만3,000여명의 노조원 결근으로 KTX 열차 운행 중단 등 135억원의 재산 피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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