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로 도호쿠 대지진 발발 1주일째를 맞았지만 대피소에서 생활하고 있는 이재민을 위한 구호 식량과 물품 전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일본 정부를 향한 불만이 쇄도하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구호품 자체가 부족하지 않은데도 정작 이재민에게 돌아오는 물과 식량, 의약품들이 턱없이 모자르다”며 원인으로 유통 인프라 마비, 운송수단 연료부족, 인력부족 등을 들고 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17일 자에서 “각지로부터 답지한 구호물품이 많다고 하는데 왜 이재민들은 굶주리며 불편한 생활을 이어가는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던졌다. 신문은 현재 이재민 4만 명이 대피소 신세를 지고 있는 미야기(宮城)현 센다이(仙台)시를 예로 들며 “미야기현 구호물품 집결지인 미야기현 소방학교 실내 훈련장엔 센다이시가 요청한 쌀과 식수, 기저귀 등이 가득 차 있다”고 보도했다. 요미우리는 “하지만 시내 232개 대피소로 운반할 대형트럭 연료가 크게 부족해 자위대 등 긴급 차량의 직접 전달이 없다면 현실적으로 제때 구호품을 이재민에게 보내기가 쉽지 않다”며 “구호품 수송트럭들이 고육지책으로 파손된 차량의 연료탱크에서 경유를 뽑아가는 일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상황은 미야기현 이시노마키(石卷)시에서도 비슷하게 벌어지고 있다. 시민 16만명 가운데 4만명이 대피소에 수용 중인 이시노마키엔 주먹밥, 휘발유, 의류 등 구호물품이 넘치고 있지만 주변 도로가 유실돼 시 외곽 대피소들로 ‘배달’이 되지 않고 있다. 언론들은 “눈앞에 식량을 두고 가져가지 못해 굶는다”며 이재민들의 안타까운 실정을 보도했다. 미야기현 위기대책 담당 공무원은 “식량이 집적기지인 이시노마키 공원에 산더미처럼 쌓였지만 주민에게 수송할 방법이 없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인력부족도 구호품 유통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각 현, 시의 재난담당 공무원들이 쓰나미로 숨지거나 실종된 경우는 물론, 물품을 옮길 사람이 부족한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이와테(岩手)현 가마이시(釜石) 항구에는 나고야(名古屋) 등에서 올라온 비상식량 1,800인 분이 쌓여 있지만 하역할 일손이 없어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 요미우리 등 일본 언론들은 17일 “총리를 비롯한 정부 인사들이 모두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에 매달려 있다 보니 지진 피해자 지원엔 소홀히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실제 11일 이후 발족한 긴급재해대책본부는 이후 11번이나 회의를 열었지만 제대로 된 물류 대책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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