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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나눔기업이다] <1> 나눔으로 하나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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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나눔기업이다] <1> 나눔으로 하나되기

입력
2011.03.1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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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손을 잡아요" 사회적 약자 돕는 기업이 뜬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 마린 카운티에 위치한 사회적 기업 버클루를 방문하면 1층 현관에 자리잡은 블루 스카이스 카페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이 곳에는 서너 명의 직원들이 손님들에게 음료를 팔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인다.

언뜻 보면 보통 카페와 다를 바 없지만 이 곳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바로 약물이나 알코올 중독 등으로 사회에서 버림받아 노숙자가 된 사람들이 이 곳에서 교육을 받고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이들에게 블루 스카이스 카페는 사회로 다시 나아가기 위한 출발점이다.

노숙자들만 좋은 것이 아니다. 사회도 버클루의 덕을 본다. 이들이 사회에 부랑아로 남았을 때 범죄에 노출되는 등 뜻하지 않게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비용을 사회적 기업들이 줄여주기 때문이다. 버클루는 샌프란시스코 인근 마린, 소노마, 나파 등 3개 카운티에 재활 카페를 마련해 연간 300명의 소외계층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한다.

국내에서도 최근 사회적 기업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한국형 사회적 기업 모델인 '나눔 기업'이 주목을 받고 있다. 나눔 기업이란 우리 현실에 맞게 대기업과 사회적 기업이 함께 손잡고 나아가는 모델을 말한다. 나눔 기업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대기업들이 사회적 기업 지원 활동을 통해 일자리를 나누고 이익을 나누기 때문이다. 본보는 5회에 걸쳐 이들 국내 나눔 기업을 집중 조명한다.

'나눔 기업'이 뜬다

사회적 기업이란 저소득층이나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실업률을 줄이고 이들이 사회의 건강한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업체다. 자선봉사 단체와 다른 점은 기업인 만큼 영속성을 위해 영리를 목적으로 한다는 것. 발생한 이익은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사람들을 돕는데 쓰인다.

이를 위해 이익 창출이 절실한데,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사회적 기업들은 대기업 후원 외에 외부 펀드 투자 등 다양한 자금 확보책을 마련해 자생적 사업 모델을 가져간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 사회적 기업의 자생력이 약하다 보니 여러 가지 제약이 따른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대기업의 사회적 기업 지원을 위한 나눔 활동이 필요하다. 즉, 대기업이 사회적 기업 설립을 지원하고 실질적인 일자리 창출 등의 활동은 사회적 기업이 담당하는 형태다.

이미 삼성, 현대ㆍ기아자동차, SK, 포스코 등 일부 대기업들이 나눔 기업으로 나서 사회적 기업을 적극 후원하고 있다. 직접 사회적 기업을 만들거나 후원하는 등 이들이 펼치는 사회적 기업 지원 활동은 사실상 일자리를 만들고 이익을 나누는 행위다. 그런 점에서 업계에서는 부의 재분배와 균형있는 사회 발전을 위해 나눔 기업이 더 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해외의 사회적 기업들

최근 국내 나눔 기업들은 해외 대표적인 사회적 기업들의 활동을 중점 연구하고 있다. 사회적 기업의 자생 모델과 대기업의 후원 활동을 살펴보고 국내에 적용하는 방안 등을 찾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중점 연구대상으로 떠오른 곳이 미국 버클루다. 1970년 11월에 정신 장애로 고통을 겪는 지역 주민들을 돕기 위해 농장으로 출발한 버클루는 86년에 카페로 확장했다. 이곳에서 재활 훈련을 받고 사회로 나가는 소외 계층은 연간 300명에 이른다. 버클루에 따르면 이 가운데 절반이 음식점이나 청소 용역 등의 일자리를 얻는다. 정부는 이들을 고용한 기업에게 세제 혜택을 주기 때문에 버클루 출신들이 더 많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 물론 버클루도 대기업의 지원을 받는다. 스티븐 램스랜드 버클루 이사는 "알리안츠, 오토데스크, 뱅크 오브 아메리카 등의 후원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주마벤처스는 저소득층의 청소년 후원, 그 중에서도 대학 진학을 전문으로 지원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대학을 나와 좋은 일자리를 얻어야 가난의 대물림을 끊을 수 있다"는 것이 주마벤처스의 지론이다.

주마벤처스가 선택한 방법은 청소년들이 스스로 학비를 벌 수 있도록 회계, 금융 거래 방법 등을 교육시키는 것이다. 연 평균 400명의 청소년들이 관련 교육을 받고 주마벤처스와 연계한 미국 프로스포츠 경기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물고기를 주는 것보다 잡는 방법을 알려줘 장기적인 자립을 돕는 셈이다. 제프리 러셀 주마벤처스 최고운영책임자는 "대학 진학률이 90%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주마벤처스 역시 뱅크 오브 아메리카, 메릴린치, 쉐브론, 시티그룹, 리바이스, 구글 등의 후원을 받고 있다. 후원 업체 가운데 일부는 이사회까지 참여해 적극 지원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로버츠기업개발기금(RFDF)은 우리의 나눔기업에 가깝다. 이 곳은 사회적 기업 지원 및 자문을 전문으로 하는 투자업체다. 주마벤처스, 버클루 등 널리 알려진 사회적 기업들이 모두 RFDF의 투자를 받았다.

조지 로버츠가 1985년에 설립한 RFDF는 사회적 기업에 투자해 성장할 수 있도록 자문을 해주고, 성장하면 이윤을 회수한다. 이를 위해 RFDF는 독자적인 사회적 기업 평가 방법을 개발했다. 사회적 기업 확대에 적극적인 SK는 RFDF의 평가 방법을 도입하기 위해 연구하기도 했다. 독특한 것은 사회적 기업 평가 항목에 사회 기여도가 반영된다는 점이다. 김 에스더 RFDF 이사는 "사회적 기업은 사람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그만큼 사회적 기업들의 정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 '착한 기술'로 가난한 나라·이웃에 희망을!

나눔 기업들의 활동이 비단 사회적 기업 지원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저소득층이나 빈곤국에 필요한 제품을 개발하는 '착한 기술'도 사회적 기업 지원 못지 않은 나눔 기업 활동으로 꼽힌다. 착한 기술은 돈을 벌기 위한 것보다 가난한 사람들이 생활에 꼭 필요한 물품을 만드는데 필요한 기술을 말한다. 그래서 적정 기술(Appropriate Technology)로 부르기도 한다.

삼성전자는 1월에 아예 특허청과 제휴를 맺고 적정 기술을 공동 개발해 보급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특허청이 제공하는 1억5,000만 건의 특허 자료를 바탕으로 적정 기술을 개발해 해외 법인을 거쳐 개발도상국에 전달할 예정이다.

국내 사회적 기업인 딜라이트는 저소득층을 위한 34만원짜리 초저가 보청기를 개발했다. 기존 보청기는 100만~200만원 대여서 저소득층이 사용하기 힘들었다. 이들이 만든 보청기는 65세 이상 노인이나 장애인, 저소득층에게만 판매한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가 고안한 사탕수수 숯도 착한 기술의 본보기다. 사탕수수 숯은 사탕수수 액을 추출하고 남은 찌꺼기를 말린 뒤 다른 연소 재료와 섞어서 만든다. 이렇게 만든 숯은 벌목이 금지된 아프리카 국가들에서 저소득층의 좋은 연료가 되고 있다. 과거 실내에서 조리를 위해 나무를 때던 시절에는 매연이 실내에 가득 차 어린이들의 호흡기 질환의 원인이 됐다. 사탕수수 숯은 아이들 질환을 줄이는데도 기여를 한 셈이다.

베스터가르드 프란센사가 2006년에 만든'생명의 빨대'는 널리 알려진 착한 기술 제품이다. 빨대처럼 생긴 휴대용 정수기인 이 제품은 물을 구하기 힘든 아프리카에서 갖고 다니며 흙탕물을 걸러 마실 수 있다. 물이 귀한 곳에서 생명을 구해주는 제품인 셈이다.

킥스타트의 특수 펌프도 마찬가지. 이 업체 대표인 마틴 피셔 박사가 개발한 이 제품은 케냐의 농부들이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우물에서 물을 끌어와 밭에 뿌려준다.

이밖에 가운데 구멍이 뚫려서 줄로 연결해 끌어 당길 수 있는 식수통인 큐드럼, 농산물 보관을 오래하도록 일종의 저장고 역할을 하는 특수 항아리들도 마찬가지다. 마틴 피셔 킥스타트 대표는 "적정 기술 제품은 가난한 사람들의 소득 증대에 기여해 국가 경제를 발전시키고 더 나은 복지제도와 더 나은 민주 정치를 가져 온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와 착한 기술 개발에 나선 이수원 특허청장도 착한 기술 개발에 대해 "우리가 가진 기술과 지식으로 개발도상국 국민을 돕는 지식재산 나눔사업"이라고 평가했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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