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부터 모든 다문화 가정에 소득과 상관없이 보육료를 지원(일반 가정은 소득하위 70%만 지원)하기로 하면서, 월 수천만원을 버는 다문화 가구나 한국국적 포기 가정까지 무차별적으로 지원대상이 돼 심각한 역차별을 낳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초 각 지방자치단체에 3월부터 지급되는 보육료 관련 지침을 새로 내려 보냈다. 한국일보가 입수한 이 지침에 따르면 '한국 국적을 가진 자가 어렸을 때 이민을 가 외국 국적을 취득한 뒤 한국인과 결혼해서 한국에서 자녀를 출산한 경우'도 '다문화 가족'에 해당하니 소득에 상관없이 보육료를 지원하라고 돼있다. 서울 모 구청 복지담당 직원 A씨는 "이민 가서 교수나 기업가가 되어 돌아온 고소득자나, 병역 기피를 위한 국적 포기자까지 이유 불문하고 보육료를 주고 있다"고 토로했다. 결국, 일반 국민은 지원받지 못할 것을, 예컨대 병역기피를 위해 국적을 포기하는 바람에 지원받게 되는 어처구니 없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현행 '다문화 가족 지원법'에 따르면 다문화 가족은 '결혼이민자와 출생시부터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자로 이루어진 가족'이나 '귀화 허가를 받은 자와 출생시부터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자로 이루어진 가족'을 뜻한다. 즉 '외국인+한국인'부부나 '귀화자+한국인'부부가 대상이다. 이 때문에 과거 한국 국적이었다가 포기한 사람이 한국인과 결혼한 경우도 '다문화 가족'으로 분류된다.
다문화 정책을 주관하고 있는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다문화 가족 지원법에 따라 방문교육, 통ㆍ번역서비스, 언어영재교실 등 문화ㆍ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여성부의 정책으로만 보면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다른 부처가 특혜를 주는 과정에서 다문화를 엄격히 해석하지 않고, 이 법을 그대로 원용해 문제가 생기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문화 가구에만 소득과 상관없이 보육료를 주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많다. 선진국처럼 모든 가정에 보육료를 주는 보편적 복지가 이루어지고 있다면 상관없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역차별 문제가 대두된다. 지난해까지도 대다수의 저소득 다문화 가정은 일반 가정과 같은 기준으로 지원을 해왔다.
A씨는 "다문화 가구로 보육료 신청을 하면 소득 조회를 할 필요가 없지만, 처음에 무심코 소득조회를 해봤다가 너무나 놀랐다"고 말했다. 공시지가만 7억원인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아파트에서 사는 한 가정은 월 소득이 1,500만원이었는데, 다문화 가족이라며 보육료를 받아갔다. 또 다른 신청자는 전세보증금이 5억원이 넘는 주상복합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반면, 일반 가정은 4인 가구 기준으로 월소득 300여만원에 차가 한 대 있고 2억여원의 전세를 살아도 월 인정소득이 상위 30%(480만원 초과)에 해당돼 보육료를 못 받는다. A씨는 "기초생활수급자 등 한 푼이 더 아쉬운 사람들을 놔두고, 다문화 가정이라며 고소득자들에게 돈을 줘야 하는 것이 고통스러울 정도"라고 말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소득제한이 없어지면서 올해 추가 지원되는 다문화 가구의 영ㆍ유아는 총 6,000명, 예산은 116억원 가량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다문화의 범위를 두고 고민을 많이 했지만 '다문화 가족 지원법'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며 "국적 포기자 문제 등이 제기된 것에 대해서는 앞으로 보완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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