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황식 총리는 16일 독도 영토 표기 문제가 포함된 일본 중학교 교과서 검정과 관련 "일본이 나름의 위기 상황에서 잘 절제해 조용히 넘어갔으면 하는 게 우리 바람"이라며 일본 정부에 검정 결과 발표 연기를 우회적으로 요구했다.
김 총리는 이어 "그렇지 않은 경우 우리도 통상 때와는 다른 성숙하고 절제된 자세로 대응했으면 좋겠다"며 우리 국민에게도 침착한 대응을 주문했다. 김 총리가 일본 교과서 검정 문제를 직접 언급한 것은 일본 도호쿠 대지진 참화가 계속되는 상황과 맞물려 한일관계의 중대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4년마다 이뤄지는 일본 정부의 교과서 검정 결과는 3월 말~4월 초 발표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번에 독도를 자국 영토 다케시마(竹島)로 표기한 교과서 숫자가 이전보다 늘어나는 데다, 역사교과서에 이 문제가 처음 언급될 예정이어서 국내 반발이 어느 때보다 거셀 전망이다. 일본은 이미 2008년 7월 일종의 '가이드라인'인 중학교 학습지도요령 해설서를 펴냈다.
정부 당국은 대지진 참화에 대한 우리의 민관 지원이 확산되면서 한일관계가 호전된 지금 이 문제가 불거지면 일본에 대한 기존의 감정에 배신감까지 더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극단적인 반일 감정과 일본 때리기는 최근 국제사회의 일본 지원 행렬과 상반되는 것이어서, 정부로선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김 총리가 "'우리는 열심히 했는데 너희는 왜 이러냐'며 네티즌을 중심으로 (일본에 대한 호감이) 뒤집어질까 봐 걱정한다"면서 "만일 이런 일이 생기면 세계에서 어떻게 볼지 조금 걱정이 된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정부의 고민을 보여준다.
외교가에선 우리 정부의 고충을 감안해 일본 측이 검정결과 발표를 연기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 독도 영토 표기가 담긴 2010년판 방위백서 발표 시점을 8ㆍ15를 고려해 당초 7월 말에서 9월로 연기한 전례가 있다. 정부는 그러나 일본이 예정대로 검증결과 발표를 강행할 경우 이에 상응하는 단호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원칙을 정하고 일본 정부에도 이런 입장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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