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건강에는 자신 있던 장모(22ㆍ여)씨는 체한 듯하다가 오른쪽 아랫배에 강렬한 통증이 느껴졌다. 식욕도 떨어지고 배가 불편해 병원을 찾았다. 복부 컴퓨터단층촬영(CT) 결과, 맹장염으로 불리는 충수염 진단을 받았다. 충수염을 방치하면 복막염이나 농양 같은 더 나쁜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의사의 설명에 장씨는 수술하기로 했다. 하지만 맹장수술을 받은 친구의 배에 난 수술자국이 마음이 걸렸다. 그러다 ‘싱글포트 수술’을 하면 배에 수술자국이 거의 남지 않는다는 얘기를 주변에서 전해 듣고 삼성서울병원을 찾았다. 성공리에 싱글포트 수술이 이뤄졌다. 수술 후 이틀 만에 퇴원한 장씨는 한 달 정도 지나자 남이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흉터가 거의 없어 한시름 놓았다. 삼성서울병원에서 싱글포트 연구회장을 맡고 있는 윤성현 소화기외과 교수에게서 이 수술에 대해 알아보았다.
-싱글포트 수술은 어떤 수술인가.
“수술이라면 피부를 자르고 하는 개복 수술을 생각하기 쉽다. 개복 수술은 가장 전통적이고 일반적인 수술법으로 피부를 자른 뒤 해당 부위를 수술하게 된다. 시야 확보가 용이한 반면 환자의 회복이 느리고 절개부위가 넓어서 수술 후 통증이 생기고, 상처 감염 우려도 있고, 수술한 부위가 넓어 통증도 생기기 쉽다. 이런 개복 수술의 단점을 보완한 수술법이 복강경 수술이다. 복강경수술은 피부 3~5곳을 0.5~1㎝ 내외로 자른 뒤 수술도구와 수술용 내시경을 배 속에 넣어 수술하는 것이다. 개복 수술보다 절개부위가 적어 환자가 빨리 회복하고 부작용도 줄어든다. 그러나 복강경 수술도 수술 후 3~5곳에 1㎝ 내외의 흉터가 남게 된다. 이를 개선한 것이 바로 싱글포트 수술이다. 자르는 부위를 최소화해 흉터가 남지 않는 ‘최소절개 무흉터 수술법’이다. 보통 배꼽 부위 한 곳만 1.5~2.5㎝ 정도 자른 뒤 수술도구와 내시경을 배꼽 부위로만 몸 속에 넣어 수술한다. 자르는 부위가 가장 적고, 수술 후 흉터가 거의 보이지 않으며, 회복이 빠르다.”
-복강경 수술과 비슷한 것 같은데.
“싱글포트 수술은 복강경 수술에서 업그레이드한 수술이다. 복강경 수술은 배꼽 주변을 포함해 3~5곳을 절개해 내시경으로 시야를 확보하고 다른 부위에 수술도구를 넣어 수술하는 반면, 싱글포트 수술은 배꼽 속이나 배꼽 위아래 한 곳에 내시경과 수술도구를 모두 넣어 수술한다. 싱글포트 수술은 의사 입장에서 복강경 수술보다 더 어렵다. 그래서 수술의사의 경험과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세계적으로 싱글포트 수술을 좀 더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의료기기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싱글포트 수술로 모든 수술이 가능한가.
“싱글포트 수술은 의료 선진국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최신 수술법이지만, 아직 모든 수술에 가능하지는 않다. 크게 외과와 산부인과, 비뇨기과 영역에서 이 수술이 확산되고 있다. 외과 영역에서는 담낭절제술을 비롯해 부분대장절제술, 충수절제술(맹장수술), 비장절제술 등에 이 수술법이 쓰이고 있다. 최근에는 수술범위를 좀 더 넓혀 전체 대장을 절제하는 수술도 배꼽부위에 3㎝만 자르고 수술하고 있다. 우리 병원에서는 2009년 4월부터 이 수술법이 도입돼 2년도 채 안 된 지금까지 외과수술만 500건이 넘었다. 산부인과 영역에서는 자궁적출술, 난소낭종절제술, 난소적출술, 난관절제술, 근종절제술 등이 대상이다. 2008년 5월에 산부인과 영역에서 첫 싱글포트 수술에 성공한 이래 수술 1,000건들 돌파했다. 비뇨기과에서는 신낭종절제술, 콩팥절제술, 부신절제술, 신우성형술, 요관돌제거술, 신석제거술 등에서 싱글포트 수술이 이뤄지고 있다. 이 같은 활발한 수술로 인해 대만과 일본 등지에서 벤치마킹 하기 위해 우리 병원을 찾고 있다.”
-싱글포트 수술의 장단점을 든다면.
“앞에서도 말했듯이 수술 후 수술자국이 거의 없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절개부위도 작아 회복도 빠르고, 덜 아프고, 수술 부위의 감염 위험도 낮다. 반면, 이 수술법이 고안된 지 3년 밖에 되지 않아 아직 임상적으로 장기연구 결과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연간 200편 이상의 국제 논문이 발표되고 있으며, 기존 복강경 수술처럼 안전하다는 게 많은 연구결과에서 나왔다. 구체적인 단점으로는 수술할 범위가 크면 기존 복강경 장비로는 수술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외과의사라도 새로운 수술법을 익히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점이다. 하지만 싱글포트 수술을 진행하다가도 수술이 어려우면 투관침(0.5㎝ 정도로 절개한 뒤 복강경 기구를 넣는 도구)을 더 사용해 훨씬 안전하게 수술할 수 있다. 이 경우에도 기존 복강경 수술보다 상처를 적게 낼 수 있다. 물론 투관침 하나를 추가해도 안 된다면 복강경 수술로 곧바로 바꿀 수 있다는 게 싱글포트 수술의 또 다른 장점이다. 싱글포트 수술은 아직 진화하고 있는 중이다. 향후 로봇과 결합된 싱글포트 수술법이 나오면 좀 더 정교하고 훨씬 隙?범위의 수술을 할 수 있을 전망이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손기술이 뛰어나 이 같은 최신 수술법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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