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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도호쿠 대지진/ 도쿄 거리도 한산… "사재기 자제" 호소에도 품절… 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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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도호쿠 대지진/ 도쿄 거리도 한산… "사재기 자제" 호소에도 품절… 품절…

입력
2011.03.16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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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진에 이은 원전 방사선 유출 공포는 일본 열도 주민들의 전체 생활상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주민들의 표정엔 웃음기가 사라졌고, 대화는 급격히 줄었다. 머리 속엔 방사능 오염과 강력한 여진에 대한 공포감만이 가득한 것 같다.

대지진 6일째를 맞은 16일 다른 대도시들에 비해 원전 폭발지대와 멀지 않은 곳(250여㎞)에 위치한 수도 도쿄의 거리는 눈에 띄게 한산했다. 불필요한 외출을 하지 않으면서 되도록 옥내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주택가 놀이터의 어린 아이들은 아예 간 곳 없고, 각 학교 운동장은 을씨년스럽게 변했다. 대부분의 출ㆍ퇴근길 시민은 마스크를 착용했고, 여진에 대비해 헬멧을 들고 나온 사람들도 보였다.

또 도심 주택가의 창문은 모두 굳게 닫혔고, 베란다에 널어놓던 세탁물도 실내로 위치를 옮긴 집도 많이 보였다. 방사능 오염을 우려해 대기와 접촉을 피하고 있는 것이다.

차량통행도 크게 줄어 마치 우리의 민방위훈련 때처럼 텅 빈 거리 풍경이 자주 목격됐다.

거리 상가도 문을 닫은 곳이 늘어 났고, 시내 백화점 등도 한산하기만 했다.

하지만 슈퍼마켓과 편의점에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 방사능 공포에 따른 마스크와 해독제로 알려진 요오드제 함유제품 등은 품절현상을 나타냈다. 또 쌀과 생수, 휴지, 분유 등 주요 생필품도 대부분 바닥났고, 몇 곳 문을 열지 않은 주유소의 차량 대기 행렬은 더욱 길어졌다. 실제 한 슈퍼마켓에서는 10여개 묶음의 휴지 100여 봉지가 판매시작 20분만에 동이 났다.

한 50대 남성은 “10여곳을 돌아 간신히 휴지와 우유를 샀다”면서 “이런 일본인의 사재기 현상은 현재의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이 실제 행동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일본 소비자 연맹의 도야마 요코 대표는 “원전 사고가 시민들을 일종의 공황 상태로 몰아넣고 있다”고 진단했다.

에다노 유키오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 회견을 갖고 “전국적인 수준에서 보면 아직 식량 부족 현상 등은 우려되지 않는 수준이므로, 피해 지역 이외에서는 주요 생필품의 사재기를 자제해달라”고 호소했다.

원전 폭발 지역이 도쿄에 비해 상대적으로 거리가 먼 오사카(大阪)와 후쿠오카(福岡) 등 남쪽의 대도시 지역에서도 주요 생필품 위주로 판매량이 늘어났다. 하지만 이들 도시는 전반적인 물품 공급체계가 평소와 다름없이 이뤄지고 있어 시민들의 큰 동요는 없는 편이다.

이날도 피폭과 여진에 대한 공포로 인한 도쿄 탈출 행렬은 여전히 계속됐다. 공항이나 주요 역마다 남쪽 지방으로 가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고, 특히 외국인들은 자국 정부의 지침에 따라 앞다퉈 도쿄를 떠났다.

일본 주재 중국대사관은 전세버스를 이용해 자국민을 공항으로 이동시킨 뒤 특별기 편으로 본국으로 철수시키는 계획에 들어갔다. 프랑스와 독일, 스위스 등도 일본 수도권 거주 자국민의 대피를 촉구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날 여객기를 통해 피해지역의 자국민을 전원 귀국시켰다. 오스트리아는 도쿄에 있던 대사관을 오사카로 옮기기로 했으며, 다른 주요국들도 도쿄주재 대사관 업무를 잠정 중단하고 오사카 등 남쪽 지역의 영사관에서 업무를 관장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일본 탈출 러시가 이어지자 여행사와 항공사들은 몰려드는 사람들로 아예 업무마비 상태다. 전화응대는 아예 하지 않고 있으며, 업무시작 이전부터 항공권 구입자들이 밀려들고 있다.

우리 교민사회에서도 탈출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여행객들은 서둘러 일본을 떠나고 있고, 주요 기업 주재원들은 이날 증편된 김포-하네다 노선을 통해 가족들을 귀국시켰다. 예정됐던 일본 여행객들의 방문은 모두 취소됐다. 이 때문에 도쿄 내 한국거리로 유명한 신오쿠보(新大久保) 지역은 며칠째 인적이 드문 상태로 임시 휴업하는 업소도 늘어나고 있다.

한편 전문가들은 이번 대지진으로 일본인들이 ‘지진 트라우마(외상성 스트레스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지진과 쓰나미, 원전 폭발 등의 엄청난 재해를 직접 목격하거나 TV 화면 등을 통해 접한 사람들은 앞으로 작은 일에도 쉽게 놀라는 불안증세와 과민반응, 대인기피증상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심할 경우 정상생활이 어려워지는 증세까지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도쿄=염영남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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