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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산수유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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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산수유 사랑

입력
2011.03.16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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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영 캠퍼스에 숨어있는 산수유 꽃이 터지기 시작했습니다. 몸이 움츠러드는 꽃샘바람에도 산수유나무는 가지를 활짝 펼쳐 노란 꽃망울이 팝콘이 터지듯 팡, 팡팡 터집니다. 꽃이 피는 시간, 산수유나무가 마치 노란 꽃 우산을 펼치고 서 있는 것 같습니다. 그 모습에 당신이 겹쳐져 잠시 아찔해집니다. 불시착한 당신이 노란 우산을 들고 나를 기다리는 것 같아 발걸음이 빨라집니다. 당신과 나는 다른 별자리에서 왔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산수유나무를 사랑한다는 비밀을 보았을 때 그것이 윤회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우주의 중심에 산수유나무 한 그루가 서 있고 서로 다른 시간들이 그 나무에 머뭇거리다 갑니다. 그것이 햇살이거나 그것이 그늘이었다 해도 우리는 또 다른 시간에서 서로를 보았을 것입니다. 우리가 사랑했다면 저 노란 꽃은 약속일 것입니다. 그 약속을 위해 산수유 꽃은 핍니다. 당신을 사랑했다는 약속, 당신을 사랑한다는 약속, 당신을 사랑하겠다는 약속이 펑펑 핍니다. 사람의 약속은 부질없는 것이기에 나무에 꽃이 핍니다. 그 약속을 위해 올핸 꼭 산수유나무 한 그루를 그 별에 심어야겠습니다. 나무 한 그루로 하여 나는 눈물 많은 별이 되겠지만 그건 내가 감당해야 할 사유의 무게일 것입니다. 시월 상강이 오고 산수유 붉은 열매가 익어갈 때 그것이 내 진실이라는 것을 당신은 전생에서 이미 보았을 것이니까요.

시인ㆍ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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