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호쿠(東北) 대지진 발생 6일이 지났다. 하지만 후쿠시마(福島) 원자력발전소의 방사성물질 대량 누출이 현실화하면서 사태는 점점 더 악화하는 모습이다. 그 고비마다 원전당국과 정부 고위직의 판단착오와 말실수가 오버랩 되면서 정부에 대한 비판을 자제하던 일본국민들의 인내심도 점점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일본 고위관료들은 연일 공개사죄를 쏟아내고 있지만 반응도 냉정하기만 하다.
15일 밤 사사키 류조(笹木龍三) 문부과학성 부장관은 12일 원전폭발 이후 비공개방침을 고수하던 '시간별 대기 중 방사선 수치'를 공개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수치 비공개가 국민들에게 더 큰 불안감을 안겨줘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사과했다. 사실을 정확히 전달하지 않고 "안심하라"는 말만 되풀이하는 일본 정부의 낡은 권위주의 행태에 대해 국민들의 불만이 한계점에 도달했음을 정부도 알아채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보여진다.
11일 지진발생 직후 신속하게 사고현장을 찾아 호평을 받는 듯 했던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도 15일 방사능 유출 관련 기자회견을 계기로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 "원전 반경 30㎞ 주민의 대피를 지시하는 긴박한 연설에서 간 총리의 어조는 시종 무미건조해 힘 모아 역경을 극복하도록 국민을 이끌려는 열의를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고 비판했다. 도쿄에서 광고회사를 경영하는 한 일본인은 "간 총리는 '침착하라'고만 하지 말고 어떻게 일본을 이 재난에서 이끌어 갈 것인지 밝혀야 한다"고 WSJ에 분통을 터뜨렸다. 미 워싱턴포스트(WP) 인터넷판도 이날 "일본 정부는 대형참사 예방을 포기한 것 같다"고 보도했다.
반면 지진발생 후 하루도 빠짐없이 방송에 나와 진지하게 상황을 설명해 온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관방장관에 대해서는 "피곤해 보인다. 이제 그만 잠을 좀 자라"는 등의 응원메시지가 인터넷에 빗발치고 있다. 이런 에다노 장관에 대한 응원 글 뒤에는 "간 총리는 이제 깨어나라"는 야유도 눈에 띈다.
이 와중에 한국에서는 '망언기계'로 유명한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도지사가 15일 또 한번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죄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이시하라 지사는 전날 "일본인들이 탐욕스러워졌다. 이번 쓰나미(지진해일)로 탐욕을 씻어낼 필요가 있다. 대지진은 천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었다.
정영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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