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고향에 계신 어머니와 연락이 닿기까지 잠도 안 자고 뉴스만 봤습니다.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었지만 교통편이 끊겨 포기해야 했죠.” 15일 만난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대학원생 쿠마가이 유이치(38)씨는 때꾼한 눈을 연신 비비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추위와 배고픔에 힘들어 할 어머니를 생각하면 밥도 넘어가지 않는다”고 했다. 그의 고향은 일본 미야기현 게센누마시. 쓰나미 직후 온통 화염에 휩싸여 주민 7만5,000명 가운데 3분의2 이상이 행방불명 상태인 곳이다.
한국에 유학 온 일본 대학생 상당수가 쿠마가이씨와 같은 처지다. 오노데라 요코(23ㆍ이화여대 국제학부 교환학생)씨는 쓰나미의 최대 피해지역인 미야기현 시오가마 출신. 부모와 겨우 두세 번 통화해 생사만 확인했다는 그는 “가족들은 모든 것이 부족한 상태인데 갈 수 없어 애를 태우고 있다”고 말했다.
모든 생필품이 모자란 게 현지사정이라 귀국한다 해도 오히려 짐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를 하며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도 보였다. 미야기현 센다이시 출신인 토미사와 마사시(22ㆍ한국외대 한국어과 교환학생)씨는 “3월 말이면 교환학생기간이 끝나는데 도로 곳곳이 끊겨 돌아가기도 어려운데다 돌아가더라도 가족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그의 딱한 사정을 들은 학교측은 교환학생 기간을 6월말까지 연장해줬다.
이들은 그래도 한국에서라도 힘을 보태기 위해 애를 썼다. 오노데라씨는 “모금활동을 하고 싶었지만 차마 말이 나오지 않아 망설이고 있다가 한국 학생들이 모금활동을 적극 지지해줘 용기를 냈다”며 “많은 분들이 현지에서 제일 부족한 물과 식량을 모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쿠마가이씨는 “일본인뿐만 아니라 이번 지진 당시 일본에서 피해를 입은 외국인들도 도울 수 있도록 방법을 모색해보겠다”고 했다. 이화여대와 고려대 등 주요 대학들은 일본 지진피해주민 돕기 모금운동을 벌이고 있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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