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레인에서 이슬람 수니파 가문의 독재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가 격화하면서 바레인 정부가 15일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셰이크 하마드 바레인 국왕은 “국가비상사태가 유지되는 3개월 동안 바레인군 총사령관이 국가 안보와 국민의 안전을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바레인에서는 한 달째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자 인근 중동국가들이 잇따라 정부의 시위진압 지원을 위해 군병력을 파견하며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14일 바레인의 정부시설 보호를 위해 약 1,000명의 사우디군 병력을 파견했다. 아랍에미리트(UAE)도 이날 500명의 경찰을 바레인에 보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시아파 야당 웨파크는 “외국군이나 군장비가 국경을 넘는 것은 점령행위”라며 “무방비 시민들에 대한 공격”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시아파는 바레인 전체 인구 75만명 가운데 70%를 차지하지만 소수 수니파 왕정의 지배를 받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수니파의 종주국인 사우디의 병력 파견은 바레인에서 시아파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좌시할 수 없는데다 자칫 시아파 국가인 이란이 중동 패권을 장악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하기 때문에 피할 수 없는 선택으로 풀이된다.
사우디와 바레인을 모두 중동의 핵심 우방으로 여기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난감한 입장이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사우디 등의 파병에 대해 “침략행위가 아니다”면서도 “바레인을 비롯한 중동국가에서 발생하고 있는 정정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탄압이 아니라 대화”라고 말했다.
반면 이란은 사우디 등의 바레인 파병에 대해 ‘외세개입’이라면서 사우디를 맹비난하고 나섰다. 호세인 아미르 압돌레히안 이란 외교부 국장은 “평화적 시위는 바레인의 국내 문제이며, 시위대를 탄압하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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