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에서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제1원전 2호기는 두 차례나 핵연료봉이 완전 노출돼 노심(爐心)이 녹은데다 15일 원자로내 방사성물질을 안전하게 감싸는 최후 보루인 격납용기 내 폭발로 용기가 손상됐을 것으로 보인다. 안전할 줄 알았던 4호기에서는 사용후 핵연료 보관설비에서 폭발과 화재까지 발생해 방사성물질의 대량 누출이 우려되고 있다.
4호기는 사용후 핵연료 우려
일부 전문가는 "당장은 2호기보다 4호기가 더 위험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4호기에서 누출되고 있는 방사선량은 400mSv로 폭발한 2,3호기(30~40mSv)의 10배 이상이다.
지진 당시 운전점검을 위해 가동을 정지해 그나마 안심하고 있던 4호기의 문제는 사용후 핵연료(783개)다. 플루토늄을 포함하고 있는 사용후 핵연료는 여전히 상당한 고온상태로 원자로에서 떼낸 뒤 물이 찬 저장소에 넣어 식혀야 한다. 하지만 지진으로 저장소의 냉각수 순환시스템이 정지되면서 냉각수 온도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냉각수 온도는 통상 30, 40도 정도이지만 이날 오전 4시 현재 84도까지 상승했다.
온도가 올라가자 냉각수가 증발하기 시작했고 이 증기가 냉각수 밖으로 노출된 핵연료 표면의 금속과 반응하면서 발생한 수소가 이날 오전 6시께 폭발했다. 이 때문에 원자로 건물 5층 지붕 아래에서 화재까지 발생했다. 사용후 핵연료를 넣어두는 냉각수조에 물이 있는지 없는지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만약 물이 없는 상태라면 핵연료에서 방사성물질이 방출된다. 사용후 핵연료는 이미 격납용기 밖으로 나와 있는 상태여서 외부 누출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방법이 거의 없다.
이날 폭발로 4호기 외벽에는 사방 8m의 구멍이 났다. 도쿄전력은 이날 저녁 기자간담회에서 "15일 이후 헬리콥터나 소방차를 동원, 외벽 구멍 안으로 물을 뿌려 온도를 낮추는 방법을 시도하겠다"고 밝혔다.
격납용기 폭발한 원전 2호기
비상용 냉각펌프 작동으로 핵연료봉을 식히는데 별 문제가 없었던 2호기가 심각한 위협에 직면한 것은 전날 오후 냉각기능을 상실하면서부터다. 도쿄전력은 오후 4시 반께부터 긴급 해수주입을 실시했지만 연료가 떨어져 펌프가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을 모르고 방치해 핵연료봉이 완전노출돼 버렸다. 노심이 일부 녹았을 가능성이 크다. 이후 다시 해수를 주입해 연료봉 절반 정도까지 수위를 회복했지만 오후 11시께 다시 연료봉이 완전노출됐다. 격납용기의 증기통풍구가 막혀 냉각수 주입이 중단된 것. 증기를 빼내고 해수 주입을 계속해 일부 수위를 회복했지만 여전히 연료봉의 상당 부분이 노출 상태다.
연료봉 노출이 계속되면 노출부분이 고온으로 녹아 내려 격납용기 아래로 떨어진다. 연료봉 상태에서는 핵분열이 억제되지만 이 경우는 방법이 없다. 통제할 수 없는 핵분열이 시작되고 노심 자체가 녹아버리면 방사성물질이 모두 원자로 밖으로 분출된다.
또 다른 위험은 15일 오전 6시 넘어 격납용기 아랫부분인 압력수조에서 발생한 폭발이다. 이후 내부 압력이 금세 내려가 압력수조 어딘가에 금이 가거나 구멍이 나는 손상이 생겼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압력수조는 연료봉을 감싼 압력용기를 식히기 위해 물을 공급하는 수원이기 때문에 다량의 방사성물질을 포함하고 있다.
이 폭발로 격납용기내 전체 기압에 큰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어서 용기 전체 손상으로 보이진 않지만 방사성물질 누출 가능성까지 부정하기는 어렵다.
도쿄=김범수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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