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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감탄만 할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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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감탄만 할 게 아니다

입력
2011.03.15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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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호쿠(東北) 대지진으로 일본인들이 공포에 휩싸여 있다. 일본인들은 수만 명의 희생자와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낸 쓰나미에 이어 후쿠시마 원전 연쇄 폭발 및 방사능 대량 유출 사태에 직면하자 과거 원폭 피해를 떠올리며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대형 지진의 재엄습과 핵 재앙 가능성에 입이 떨리고, 뻘에 묻혀 있을 가족 생각에 목이 메이며, 폐허가 된 터전 앞에서 살아가야 할 삶에 아득해하며 주먹밥 하나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처절하지만 의연한 일본의 대처

그럼에도 고통과 슬픔에 의연히 대처하는 일본인들의 태도는 경이롭다. 대지진 발생 후 매일 1,000장이 넘는 외신 사진을 훑었지만 고통과 슬픔에 울부짖거나 몸부림치는 이는 없었다. 대피소에서, 폐허가 된 동네에서 카메라에 잡힌 일본인들은 통곡하지 않았다. 특유의 메이와쿠(迷惑ㆍ폐) 문화(남에게 폐를 끼치면 안 된다) 때문일까. '모두가 슬플 때 울면 이웃에 고통을 주니 울면 안 된다'고 여기는 듯 보였다. 슬픔은 바이러스처럼 전염성이 강하다고 믿는 듯했다. 전통적인 자연숭배 사상, 인간은 자연재앙을 거역할 수 없다는 체념적 태도, 죽음이 끝이 아니라 영원히 기억되는 것이라고 보는 죽음관 등이 그들의 질서 있는 모습, 담담한 얼굴 표정과 오버랩됐다. 하지만 그것뿐일까.

재난 발생 시 언론은 국민들에게 정확한 재난ㆍ대피 관련 정보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 점에서 일본인들은 공영방송 NHK를 신뢰한다. 평소에도 그렇지만 NHK는 재난 발생 시 신속한 경보부터 피난처 정보, 대피 요령, 생활 정보를 상세히 전달한다. 피해 상황도 객관적으로 확인된 것만 보도한다. 이번에도 NHK 기자와 아나운서들은 예의 차분하고 침착한 어조로 재난 상황을 전달하고 있다. 쓰나미 현장을 생중계할 때도 자극적이거나 선정적인 표현은 피하면서 국민에게 당황하지 말 것을 거듭 당부하며 대피 요령을 설명했다.

대지진 발생 후 늑장 조치와 우왕좌왕 대처로 비판에 직면해 있지만 1995년 한신(阪神) 대지진 이후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완벽에 가까운 재난 대비 체계를 구축한 것은 일본 정부다. 지진 감지 설비 및 대응 시스템의 대대적 확충, 철저한 재난 대비 교육과 정기 훈련, NHK와 유기적인 재난 대응 체계 구축, 촘촘하게 짜여진 재해 대처 매뉴얼 등 일본 정부가 세계적 방재 시스템 구축을 위해 전력을 기울인 것은 일본인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이다.

일본인의 의연한 대처 뒤에는 이런 정부와 언론에 대한 신뢰가 있다. 줄을 서고, 양보하고, 서로 위로하며 차분히 기다리면 국가와 사회 시스템이 국민의 고통을 덜어주는 시간도 빨라지고, 종국에는 그것이 나와 모두의 이익이 된다는 믿음이 경험적으로 일본인들을 지탱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일본이 전후의 잿더미 위에 경제대국을 건설했던 저력을 다시 모아 이번 대참사를 극복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우리가 눈여겨볼 대목은 이 지점이다.

자연재난 극복의 큰 교훈 얻어야

일본 사회와 일본인의 차분한 대응, 질서의식에 감탄만 할 게 아니다. 우리 모두 각자 입장에서 일본 정부와 언론, 일본인들이 전무후무한 재난을 극복해 가는 과정을 면밀히 살피며 승착(勝着)과 패착(敗着)의 교훈을 얻어야 한다. 일본인에 대한 인류애적 차원의 지원과 격려도 좋지만 자연 재난도 대처하기에 따라 극복 가능한 대상으로 만드는 것이 더 의미있는 일이다.

그 전에 우리를 먼저 돌아본다면 금상첨화겠다. 재난 사태가 발생하면 냄비처럼 끓다 시간이 지나면 잊고 마는 고질적 망각증,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재난 대비는 고사하고 대증 처방에만 급급한 대충주의, 재해보도준칙은 무시한 채 자극적 표현과 언사로 불안을 부추기는 선정적 보도, 우리 사회의 공존공영과 공동선은 가볍게 내팽개치는 이기주의…. 도호쿠 대지진 참사는 수많은 일본인의 희생을 통해 우리에게 무거운 교훈과 과제를 함께 지우고 있다.

황상진 디지털뉴스부장 apr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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