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구미제로 남을 뻔했던 13년 전의 미성년자 강간살해 사건이 DNA 시료 채취에 겁먹은 범인의 자백으로 진상이 밝혀지게 됐다. 지난해 7월 시행된 '디엔에이 신원확인 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DNA법)에 따른 과학수사 기법이 실제로 범인 검거에 효과적이라는 점을 보여준 사례다.
대구지검 의성지청은 1998년 11월 인천 부평구의 한 아파트에서 A양을 성폭행한 뒤 목졸라 숨지게 한 혐의로 B(33)씨를 최근 기소했다. 공소시효(15년) 만료를 2년여 남긴 상태에서 진범을 찾아낸 것이다. 결정적 단서는 바로 DNA 시료 채취였다. 2009년 9월 강도상해죄로 징역12년을 선고받고 수감돼 있던 B씨는 DNA법에 따라 시료 채취 대상으로 분류됐다. 범행이 들통날 것을 우려한 그는 지난 1월 6일 시료 채취 직전 교도관에게 자수했다.
의성지청은 B씨의 시료를 채취해 대검 DNA분석실에 보냈고, A양의 치마에서 검출된 정액과 비교분석에서 DNA가 일치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대검 관계자는 "B씨는 DNA 시료 채취가 아니었다면 자백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진술했다"며 "중형 선고를 피하려는 자백 사례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검은 DNA법 시행 이후 8개월 동안 이처럼 DNA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살인 2건, 강도 2건, 성폭력 10건, 절도 73건 등 87건(범죄자 78명)의 미제 사건을 해결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DNA가 채취된 범죄자는 성폭력범 3,034명을 비롯해 살인, 강도 등 흉악범 1만8,575명이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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