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이후 심각한 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에서 우려했던 방사성 물질 유출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사고 원전에서 반경 300㎞ 이내의 각 지역에서 방사선 수치가 급상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로는 후쿠시마 원전 인근을 제외하면 인체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지만 핵연료봉이 들어 있는 노심이 본격적으로 용융하거나 플루토늄을 포함한 사용후 핵연료가 손상을 입어 누출되는 최악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잇따른 원전 폭발로 15일 후쿠시마 원전 인근은 물론 도쿄(東京) 등 수도권 각 지역에서도 방사성 물질의 수치가 급상승한 것으로 관측됐다. 이날 10시 20분께 후쿠시마 제1원전 인근의 방사선 수치 측정 결과 전날 수소폭발로 외벽 지붕이 날아간 3호기 주변은 시간당 400밀리시버트로 나타났다.
이날 오전 사용후핵연료 보관시설에서 폭발로 화재가 난 4호기 주변에서는 100밀리시버트, 2호기와 3호기 사이에서는 30밀리시버트가 관측됐다. 전날 최고치는 약 3밀리시버트여서 하룻만에 방사성 물질이 급격히 늘어난 것이다.
통상 시간당 100밀리시버트까지는 인체에 거의 영향이 없다. 하지만 150밀리시버트가 되면 남자의 생식기가 일시 불임상태가 되며 500밀리시버트는 백혈구의 일종으로 면역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혈액중 림프구를 감소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관방장관은 방사선 수치 상승이 "4호기 화재의 영향으로 생각된다"며 "1, 2, 3호기 모두에서 인체에 일정한 영향을 미칠 방사성물질이 누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원전 주변의 방사성 물질은 바람을 타고 간토 일대로 확산되고 있다. 원전에서 남쪽으로 100㎞ 이상 떨어진 이바라키(茨城)현 도카이무라(東海村)의 도쿄대 연구시설인 일본원자력개발기구에서는 이날 평상시의 약 100배에 이르는 시간당 5마이크로시버트의 방사선 수치를 관측했다. 도쿄대는 "이후 3마이크로시버트로 수치가 약간 줄었다"며 "이날 오전 1시께부터 수치가 상승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도쿄, 사이타마(埼玉), 지바(千葉) 등 수도권에서도 이날 오전 적게는 평상시의 2배에서 많게는40배까지 방사선 수치가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이날 각 지역에서 방사선 측정을 실시한 결과 오전 9시까지 도치기, 사이타마, 지바, 도쿄, 가나가와(神奈川)에서 과거 중국 핵실험 때를 제외하고는 조사 시작 이후 최고치인 방사선량이 관측됐다고 발표했다. 후쿠시마 원전에 가까울수록 수치가 크게 상승했다.
도쿄=김범수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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