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스기나미(杉並)구에 사는 회사원 가쓰지 테쓰야(44)씨는 15일 오전 4시30분에 기상을 했다. 세이부철도의 신주쿠역을 이용하는 그는 원래 집 근처 가미이구사역에서 전철을 탔다. 그러나 이날은 사기노미야역까지 1시간이나 걸어가야 했다. 최종 목적지인 도쿄역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8시30분. 가쓰지씨는 “두 번 다시 이런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체념한 표정이었다.
본격적인 제한송전이 시작된 15일 도쿄를 포함한 도호쿠(東北) 지역에서는 전날 출근길과 같은 교통대란은 발생하지 않았다. 제한송전 실시 계획을 놓고 우왕좌왕했던 전날과 달리 상당 부분 질서를 회복한 모습이었다. 가장 큰 이유는 전철 운행 대수가 늘어났기 때문. 아사히(朝日)신문은 “이날 수도권 일대 주요 구간의 전철 운행률이 최대 70%까지 높아졌다”며 “일부 역에서 혼잡이 이어졌으나 (제한송전) 첫날과 비교하면 상황이 호전됐다”고 보도했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이날 전철 운행 감축에 따른 비난이 쏟아지자 ‘제한송전 대상에서 철도를 제외해 달라’는 사업자들의 요구를 받아 들였다. 이에 따라 도쿄전력(TEPCO)은 제한송전의 영향을 받지 않는 변전소를 중심으로 전철 운행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했다. 일본 언론들은 JR히가시니혼(東日本)이 첫차부터 운행 노선을 5개에서 22개로 늘리는 등 철도회사들이 전철 가동이 가능한 노선을 다수 확보했다고 전했다.
또 지옥철을 경험한 직장인들이 출근을 서두른 덕분에 전철 이용객의 시간대가 분산된 것도 혼란 완화에 한 몫을 했다.
자전거를 이동 수단으로 삼는 시민이 크게 늘었다는 점도 새롭게 나타난 특징. 도쿄는 인근 ‘베드타운’에서 전철로 출근하는 직장인들이 많다. 도쿄까지 거리가 만만치 않은 탓에 도보 이동에 부담을 느낀 시민들이 너도나도 자전거 구매에 나선 것이다. 일본 영자지 저팬타임스에 따르면 대형마트 자스코 시나가와점은 3시간 만에 89대의 자전거를 팔아 치웠다고 한다.
이날은 오전 7시부터 가나가와(神奈川), 도치기(栃木), 군마(群馬)현 등에서 예정대로 제한송전이 이뤄졌다. 도쿄전력은 도호쿠 지역의 전력 수요량이 3,700만㎾로 공급 능력(3,300만㎾)을 밑돌았다고 밝혔다. 외신들은 “대형 상업시설인 백화점과 쇼핑몰이 영업시간을 단축하는 등 절전 운동에 동참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도쿄가 비상 상황에 적응해 가고 있다”고 전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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