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의 방사선 누출은 이제 인체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14일까지 최고 수준이었던 1.2밀리시버트(mSv)가 연간 자연방사선량을 넘은 것이라고는 해도 워낙 보수적으로 정해진 기준인 탓에 실제 건강에 대한 영향은 없다시피 했다.
하지만 400mSv로 치솟은 15일부터는 상황이 다르다. 면역세포 중 하나인 임파구의 혈중 농도를 낮추는 수준이 된 것이다. 한국원자력의학원 임상무 박사는 "암 환자에게는 암세포를 죽이기 위해 고농도의 방사선치료를 하는데 400mSv는 갑상선 암환자에게 치료용 옥소를 대량 경구 투여할 때와 맞먹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방사선은 인체에 쪼인 양뿐 아니라 방사선을 일으키는 선원이 어떤 종류냐, 피폭되는 부위가 어디냐에 따라서 다양한 증상을 일으킨다. 방사선에 노출된 뒤 만성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문제도 있다.
지금처럼 원전사고로 방사성 물질이 대기중으로 퍼져 전신 피폭이 일어날 경우 문제는 부분 피폭보다 심각하다. 500mSv에서 혈중 임파구가 줄어들고, 1,000mSv(1Sv)에서 약 10%가 메스꺼움을 느끼고 구토를 하며, 3,000~5,000mSv가 피폭되면 절반이 사망한다. 7,000mSv 이상에선 100% 사망이다.
의료계에서는 2,000mSv 노출부터 치료가 필요한 중등도 급성방사선증후군으로 본다. 그 이하의 경증에서는 임파구가 줄고 뒤늦게 피로감이 나타나는 데에 그치지만 중등도가 되면 보름쯤 지나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하다가 다시 며칠 뒤 열, 출혈, 감염 등이 나타난다.
4,000~6,000mSv가 피폭된 중증에서는 즉각 구토, 설사, 열에 시달리다가 10일쯤 지나면서 탈모, 출혈을 겪고 20~70%가 사망한다. 6,000~8,000mSv의 심각한 중증에서는 3~4시간만에 의식이 흐려지고 1~2주 내 사망률이 50~100%다. 그 이상의 피폭은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는 치명적인 수준이다.
신체 일부만 피폭되면 전신노출보다는 사망할 확률이 낮지만 노출된 장기엔 치명적이다. 눈에 500~2,000mSv의 방사선이 노출되면 수정체가 혼탁해지고 5,000mSv가 되면 백내장이 발생한다. 2,500~6,000mSv가 피폭된 생식기는 영구 불임에 이른다. 피부는 5,000mSv를 쪼이면 홍반이 생기고 1만mSv에선 급성 궤양이 생긴다.
임부의 피폭은 또 다른 문제다. 방사선량이 100mSv로 아주 낮아도 태아에게는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임신시기에 따라 다르지만 기형아, 심장병, 조혈기관 장해, 사산 등을 유발한다.
또한 방사선 노출 뒤 1~2개월이 지나 급성 증상들이 사라졌다 하더라도 수년에 걸쳐 일어날 만성적 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 백혈병 피부암 폐암 갑상선암 유방암 등 암이 발병한다거나, 노화가 진척되거나, 수명이 짧아지는 것 등이다. 만성적 영향은 피폭량이 많고 적은 것에 꼭 비례하는 것도 아니어서 안심할 수 없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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