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산시 오이도를 지나 넓게 펼쳐진 바다를 조망하며 방조제를 시원하게 달리다 보면 대역사의 건설 현장과 마주한다. 세계 최대 규모의 시화 조력발전소다. 한때 수질오염의 대명사로 꼽혔던 시화호에 바닷물을 드나들게 해 생명을 불어넣으면서 수차를 돌려 전력을 생산하게 된다. 밀물과 썰물 때 방조제 안팎의 바닷물 수위차에서 발생하는 위치 에너지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온실가스나 오염물질이 발생하지 않는 청정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다.
시화호 청정에너지 생산
올해 6월 완공 예정인 시화 조력발전소는 발전용량 25만4,000㎾로 현재 세계 최대인 프랑스 랑스 조력발전소를 웃도는 규모다. 연간 발전량은 소양강댐의 1.6배이며, 화력발전소에서 이 정도 전력을 생산하려면 86만2,000배럴의 석유가 필요하다. 배럴당 100달러를 적용하면 연간 약 900억 원의 원유수입 대체효과가 기대된다.
현재 공유수면매립 기본계획 반영 등의 인허가 절차를 밟고 있는 인천만 조력발전소는 규모가 더 크다. 발전용량 132만㎾에 예상 연간발전량 약24억㎾h로 시화 조력발전소의 약5배 규모이며, 인구 270만 명인 인천광역시 가정용전력의 60%를 공급할 수 있다. 연간 354만 배럴, 3,500억 원어치 원유수입 대체 및 약 100만 톤의 온실가스 저감효과가 예상된다.
부수적 효과도 기대된다. 동서 양쪽의 발전소 방조제는 인천국제공항과 인천항은 물론, 수도권과 강화도를 바로 연결해 관광개발을 촉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가올 남북 화해협력시대에 개성 평양으로 연결되는 기반시설로 ‘경제수도 인천’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다. 2020년 연간 관광 편익은 1,300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최근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등 유엔 기후변화협약의 압박에 고민하는 선진국들은 앞다퉈 조력발전소 건설에 나서고 있다. 조력이 청정에너지인데다, 발전출력의 정확한 장기 예측이 가능해 국가전력 공급체계의 조정과 운영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202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배출전망치 대비 30%(2005년 대비 4%)로 결정한 우리나라로서는 조력발전과 같은 청정에너지 생산이 절실한 과제일 수밖에 없다. 대통령직속 녹색성장위원회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관리하는 차원이 아니라 신재생 에너지 개발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워나가 신재생 에너지 강국으로 도약해야만 대한민국의 미래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력발전은 대규모 개발이 가능한 반면 환경 변화가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다. 건설과 운영 단계에서 친환경공법 적용, 환경변화 저감시설 도입, 종합 환경감시체계를 통한 지속적 감시와 관리, 신속한 대응체계를 구축해 환경문제에 대처할 필요가 있다.
서해안 천혜의 입지
‘환경운동의 스승’으로 불리는 레스터 브라운(Lester Brown) 미국 지구정책연구소 소장은 2008년 방한 당시 신재생 에너지 기반사회를 ‘플랜 B'로 정의하고, 한국의 태양과 바람 및 조력의 잠재력을 근거로 낙관적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이상 한파를 보인 지난 겨울의 전력부족 사태, 최근 중동지역의 정정 불안에 따른 유가 급등, 일본 대지진에 따른 원전 폭발 등 에너지 수급 불안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우리나라 서해안은 조력발전소를 짓기에 천혜의 입지로 꼽힌다. 국가의 미래 에너지 계획을 심각하게 고민할 때다.
이광수 한국해양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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