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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일본 원전 사고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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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일본 원전 사고의 교훈

입력
2011.03.15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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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일본 센다이(仙台) 지역에서 예상을 뛰어 넘는 강한 지진이 발생했다. 그 여파로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 1~3호기의 제 2격납 건물이 기체 압력의 급속한 상승으로 폭발, 방사성 물질이 대기 중으로 방출돼 주민들이 긴급 대피하는 위급 상황이 발생했다. 후쿠시마 원전의 비등(沸騰) 경수로는 우리나라에서 가동 중인 원자로와는 다른 형태로, 원자로 내에 있는 물을 직접 끓여 만드는 수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사고 경위를 보면, 큰 지진이 발생한 뒤 운전 중이던 원자로가 정상적으로 정지되고 열 출력은 충분히 줄어들었다. 하지만 핵연료는 상당히 높은 온도 상태로 유지되고 있어 계속 남은 잔열을 제거해야 한다. 이를 위해 냉각재가 충분히 공급되고 장시간 순환해야 한다.

냉각재를 순환시키는 펌프는 전기로 구동한다. 그러나 쓰나미가 10m 이상 파고로 원전을 덮치면서 비상 전원으로 준비된 디젤 발전기들을 작동 불능 상태로 만들었다. 디젤 발전기는 통상 2~4개 있으며, 그 중 하나만 가동되어도 원자로 기기들이 정상 작동할 수 있다. 그런데 쓰나미가 발전소 외부에 설치된 디젤 발전기 모두를 동시에 기동 불능 상태로 만든 것이다.

원전에서는 이런 경우까지 고려한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 비상 전원이 전부 작동하지 않으면 다른 발전소들과 연결해 전기를 공급받을 수 있는 설비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서는 설상가상으로 주변 지역 발전소들도 유사한 문제로 전력이 차단됐다. 결국 원자로 내부 기기들은 강한 지진에도 건전성이 유지되었으나 필요한 전력을 받지 못해 작동 불능 상태가 되었고, 그 바람에 잔열 처리가 원활하지 못해 핵연료가 일부 녹기 시작한 것이다.

핵연료가 녹는다는 것은 핵연료가 가두고 있던 방사성물질들이 외부에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원전 주변 지역에서 세슘과 요오드가 검출되었다는 사실로 핵연료의 용융이 시작된 것을 짐작할 수 있다. 핵연료의 용융은 원자로 내부의 열이 아직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며,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내부 구조물도 녹아 내릴 가능성이 커진다. 이렇게 되면 핵연료의 용융을 가속시킬 수 있어 아주 위험한 상태가 되기 때문에 원전을 운영하는 도쿄 전력 측이 바닷물 냉각이라는 극단적인 조치를 취한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접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유사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이 높다. 국내 원전은 후쿠시마 원전과는 달리 비상 전원이 모두 상실되는 경우에 대비해 대체 교류전원(AAC)이라는 설비를 하나 더 갖추고 있다. 발전기의 일종인 이 설비는 비상전원까지 상실돼 모든 전력이 차단된 상태에서도 수동으로 작동이 가능하며 원자로 냉각계통을 원활히 움직일 수 있다. 일본에서 발생한 극한 사고에 비해 국내 원전은 추가적인 대비책을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자연 재해는 신의 영역으로 그 영향을 인간이 가늠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비록 그렇더라도 피해를 줄이려는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원전에서 일어날 수 있는 극한 사고는 방사성물질의 방출을 수반하며, 심한 경우 인명을 살상하고 환경을 오염시킨다. 따라서 우리는 우선적으로 발생 가능한 모든 사고를 고려해 예방조치를 취해야 하며, 예상치 못한 사고라도 환경과 인체에 큰 영향을 주지 않도록 대비책을 보완해야 한다. 일본의 원전 사고는 원전의 안전성 강화는 아무리 지나쳐도 부족할 수 있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이은철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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