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묵으로 담담하게 그려 낸 산수 인물 풍속 화조 사군자 등 미공개 조선 후기 회화 30여점이 공개된다. 고미술작품 전문인 동산방화랑은 임진왜란 이전의 작품을 포함해 조선 후기 작가 33명의 작품 48점을 15일부터 28일까지 선보인다. 동산방화랑에서 열리는 조선후기회화전은 1983년 개관 이후 처음이다. 화랑가에서 볼만한 한국화 전시를 접하기가 어려웠던 것을 생각해 보면 이번 자리는 더욱 뜻깊다.
조선 후기 회화는 보통 공재(恭齋) 윤두서(1668~1715) 때부터 본격적으로 꽃피운 것으로 파악된다. 이후 겸재(謙齋) 정선(1676~1759), 단원(檀園) 김홍도(1745~1806), 표암(豹菴) 강세황(1713~91)등 걸출한 작가들이 줄줄이 배출됐다.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 면면도 화려하다. 취기 오른 선비가 소나무 옆으로 말을 타고 지나는 모습을 그린 ‘주감주마(酒酣走馬)’는 공재의 대표작으로 손꼽힌다. 필묵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생동감을 주는 필치로 그린 단원의 게 그림‘어해도(魚蟹圖)’도 시선을 끈다. 그는 명나라 화가 서위(1521~93)의 작품을 방작했다는 의미인 ‘방서청등(倣徐靑䕨)’이라는 표기도 남겼다.
탄은(灘隱) 이정(1541~1622)의 ‘니금세죽(泥金細竹)’은 검은 바탕에 니금을 이용해 대나무를 그린 그림이다. 이번 전시해설을 도맡은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왕손 출신이었던 탄은의 굳세면서도 능숙한 운필이 대나무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근래에 보기 힘든 대작”이라고 평했다.
산수화 두 점을 비교해 보는 것도 묘미를 더한다. 초원(憔園) 이수민(1783~1839)의 ‘강선독조(江船獨釣)’와 고송유수관도인(古松流水館道人) 이인문(1745~1821)의 ‘수간모옥(數間茅屋)’은 둘 다 산수화다. ‘강선독조’는 수묵을 주제 위주로 소략하면서 거칠고 과감히 어두운 물가 풍경을 그렸고, ‘강선독조’는 물기를 많이 머금은 붓질을 해 연한 먹색으로 아련한 풍경을 보여 준다. 필치도 초원에 비해 좀더 섬세하다.
박우홍 동산방 대표는 “1년간 개인 소장가들에게 부탁해 어렵게 전시를 마련하게 된 것”이라며 “당시에는 화첩을 사용했던 터라 작품에 접은 흔적까지 고스란히 보존돼 있고, 박물관 등에 보관된 작품들이 아니어서 공개된 적이 없는 만큼 관객들이 옛 그림의 향기를 듬뿍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02)733-5877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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